목이 메도록 벅찬 사랑의 감정, 이효리는 선구자가 맞다 [스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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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라이트]예능프로그램을 보면서 이렇게 가슴 찡한 눈물을 쏟아본 적이 있을까. 지난 21일 종영한 tvN '캐나다 체크인'을 보며 흘리는 눈물의 농도는 짙었다. 연예계 대표 애견인으로 알려진 가수 이효리가 임시 보호하다가 캐나다로 입양 보낸 개들을 만나는 내용의 프로그램. 그 안에서 발견한 인간과 동물의 교감, 사랑, 유대 모든 것들은 놀라울 정도로 진실하게 살아 움직였다.
아티스트 비춰보기 '스타+스포트라이트'
이효리 '캐나다 체크인' 종영
애견인 이효리-진솔한 이야기 '호평'
이동 봉사 모습부터 반려견과 만남까지 공개
반려동물 문화 및 인식 개선에 일조
이효리 외에 화제가 될만한 연예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동행인은 유기견 쉼터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친해진 '공길 언니'뿐이다. 촬영을 위해 기획된 여정은 아니었다. 이효리는 "그냥 가려고 티켓까지 끊어놨는데, 이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김태호 PD에게 전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나는 선구자"라는 우스갯소리를 했다.그룹 핑클에 이어 여자 솔로 가수로도 남다른 커리어를 남긴 이효리는 2013년 기타리스트 이상순과 결혼해 제주도에 터를 잡았다. 화려한 도시 여자로 대표되던 이미지는 어느 순간 소탈하고 솔직한 매력으로 되살아났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에 반려견들과 어울려 지내는 그의 모습이 '효리네 민박'을 통해 공개되며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제주 생활과 함께 주목받은 건 이효리의 선한 영향력이었다. 그는 10년 넘게 유기견보호소 봉사를 해오고 있다. 지금은 무지개다리를 건넜지만, 각별한 애정을 보였던 반려견 순심이도 봉사 중 만난 인연이었다. '캐나다 체크인'에서 이효리는 그간 캐나다로 입양 보낸 아이들만 20~30마리가 된다고 밝혔다. 개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는 목소리에서는 그리움과 진심이 뚝뚝 묻어났다.그는 캐나다로 향하는 걸음에도 이동 봉사를 겸했다. 해외로 입양 가는 개들을 여행자들이 데리고 이동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 이효리 일행에게 이동을 맡긴 구조자 및 임시보호자들은 반려견과 이별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공항에서 작별하는 공간은 이른바 '통곡의 기둥'이라고 불렸다. 이효리는 내가 입양하지 못한 미안함,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서운함, 아이들이 고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등이 뒤섞인 공간이라고 했다.'날 것'의 만남은 가슴을 더 파고들었다. 이동 봉사를 잘 마치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재회의 여정. '날 알아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시작된 긴장감은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는 개들을 보는 순간 눈 녹듯 사라졌다. 지구 반대편에서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살던 개들은 자신을 부르는 예전 이름 한 마디에 귀를 쫑긋 세우고 과거 보호자의 품에 파고들어 얼굴을 핥았다.
건강을 회복하고 행복한 분위기 속에서 안정감을 찾은 개들을 보며 이효리와 '공길 언니'는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아낌없이 쏟았던 보살핌과 사랑은 상처 받은 아이들에게 곧 새로운 삶에 대한 동력이 된 듯했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진한 사랑의 감정이 참 묘했다. 자기 반려동물을 떠올리게 해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가 하면, 누군가에겐 보호하던 개들을 입양 보내고 또 다른 아픔을 돌보는 선순환이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안겼다.이효리는 캐나다 여정을 마친 후 자신이 구조하고, 지인이 임시 보호하고 있던 강아지를 새로운 가족에게 보냈다. '통곡의 기둥'을 다시 경험한 이들은 말했다."나는 영원히 아마추어일 것 같아."
"나도 그럴 거야."
하지만 흐르는 눈물을 이내 '희망'이라는 말로 닦았다. "거기서는 날아다닐 수 있어. 진짜 행복해질 거야. 마지막 고생이야." '통곡의 기둥'이 '행복의 기둥'이 되는 기적의 주문이다.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참 좋은 예능을 만났다. 이효리의 발걸음을 쫓았을 뿐인데 그가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고스란히 느끼게 됐다. 작정하고 만든다고 만들어지지 않고, 연기할 수도 없는 이 벅찬 사랑의 감정을 예능에서 만나다니 이효리는 정말 선구자가 맞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