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선’ 이어 ‘무인기’에도 가동 안 된 고속상황전파체계

상황 전파 안돼 일부 부대만 상황 인지
2019년 北 목선 입항 때도 문제 지적돼

軍 "무인기 작전 실패는 훈련 부족 때문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미리 대응 못해"

보고서에 지휘부 지시·문책 여부 등 빠져
일각에선 "軍에 불리한 내용 들어낸 결과"
육군 5군단 장병들이 지난달 29일 소형무인기 대응 및 격멸 훈련 중 방공 무기체계인 20mm발칸을 운용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군이 북한 무인기 침투 이후 약 한달 간 전비태세검열을 실시한 결과 '고속상황전파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20일까지 실시한 전비태세검열 결과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전비태세검열실은 △작전수행체계 △작전 간 조치 △현존전력운용 △방공훈련 네 파트로 나눠 문제점을 식별했다고 한다.

합참은 작전 간 조치에 있어 고속상황전파체계가 사용되지 않는 등 상황 공유에 미비한 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고속상황전파체계는 긴급상황을 전 부대에 알리는데 사용된다. 고속상황전파체계를 사용하지 않은 결과 육군 내에서도 1군단과 수도군단 등 일부 부대만 무인기 침투 상황을 인지했다.

당시 1군단은 오전 10시 19분께 경기도 김포 앞 군사분계선에서 부한 무인기를 포착해 합참에 보고했고, 합참은 1군단과 공군8전투비행단을 지휘해 대응 작전을 했다. 그러나 수도방위사령부는 10시50분 자체적으로 무인기 항적을 파악하기 전까지 침투 사실을 알지 못했다. 고속상황전파체계가 작전 상황에서 무용지물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북한 어민 2명이 목선을 이끌고 강원 삼척에 입항했을 때 지역 담당 부대인 육군 23사단이 해군 1함대로부터 최초 상황을 접수했으나, 고속상황전파체계를 활용해 타 부대에 이를 전파하지 않아 관련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또 합참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인해 작전에 한계가 있었다고 파악했다. 군은 핵심방어지대-주방어지대-경계지대로 방어 구역을 구별한 3지대 작전개념에 따라 경계지대에서 사전에 무인기를 요격했어야하는데 이 비행금지구역으로 인해 작전 상의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비행금지구역은 2018년 9·19 합의 당시 설정됐다. 당시 남북한은 항공기 종류에 따라 군사분계선 기준 남북 10~40km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정했다. 합참은 전력 운용과 관련해 실전에 가까운 방공 훈련이 부족했다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전 정부에서 북한을 겨냥한 훈련이 이뤄지지 못한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무인기 등 탐지전력과 무인기 대응 매뉴얼의 부족 등도 검열 결과 드러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합참은 무인기 침투 당시 군 지휘부의 구체적인 작전 지시와 상급 부대 보고 시각, 문책 여부 등은 결과 보고서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군의 이러한 전비태세검열 결과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뺀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군은 오는 2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이같은 검열 결과를 보고할 계획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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