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덕·박화재·임종룡…우리금융 회장 '3파전'

임종룡 前 금융위원장 출사표

"내부 갈등 봉합하고 외부 수혈
우리금융 정상화시키고 싶다"
노조는 "모피아 관치금융 우려"

'내부출신' 이원덕·박화재와 경합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구도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63)의 참여로 내부 출신인 이원덕 우리은행장(60), 박화재 우리금융 사업지원총괄 사장(61) 등과 함께 ‘3파전’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63)에 이어 모피아(옛 재무부의 영문 약자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 금융지주 회장이 또다시 선임될 수 있을지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금융 개혁 적임자”

임 전 위원장은 지난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외부에서 새로운 시각을 갖고 접근해 우리금융을 정상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고심 끝에 우리금융 회장 선임 절차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18일 차기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으로 8명을 선정했다. 이 행장과 박 사장 등 내부 출신과 임 전 위원장 등이다. 임 전 위원장은 1차 후보로 선정된 직후 후보 수락 여부를 밝히지 않다가 공식적으로 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임 전 위원장은 행정고시 24회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지낸 정통 경제·금융 관료다.

임 전 위원장과 맞설 내부 후보로는 이원덕 행장과 박화재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이 거론되고 있다. 이 행장은 충남 공주사대부고와 서울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한일은행에 입행해 우리은행 미래전략단장, 경영기획그룹장,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등을 거친 전략통이다. 지난해 3월 우리은행장에 취임했으며 손태승 회장에 이어 그룹 내 2인자로 꼽힌다. 박 사장은 광주상고를 졸업하고 우리은행 주택금융사업단장, 여신그룹 담당 부행장 등을 역임한 그룹 내 대표적인 영업통이란 평가다.금융권에선 현 우리금융의 리더십 위기를 수습할 적임자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일·상업은행 출신 임원들 사이의 갈등 등 조직 문화 개선은 우리금융 내부 출신이 주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며 “굵직한 정책 경험이 풍부한 임 전 위원장이 아무래도 차기 회장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관치 논란 불거질 우려도

다만 ‘관치 논란’은 임 전 위원장이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우리금융 노동조합협의회와 금융노조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금융이 모피아와 올드보이들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상황이 생길까 매우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임 전 위원장에 대해선 “우리은행 민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자율경영’임을 주장했고, 우리은행에 2001년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후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의 경영간섭’이라고 말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임 전 위원장이 2016년 정부 소유의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과점 주주 5개사 대표이사들에게 우리은행에 대한 정부의 불개입 등을 약속했던 점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임 전 위원장은 관치 논란에 대해 “금융위원장 경력이 아니라 농협금융 회장 경험과 성과 등을 바탕으로 응모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관치의 핵심은 조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그 자리에 앉히는 것”이라며 “능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주주나 사외이사에게 평가받는 것은 관치로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27일 2차 후보군(쇼트리스트) 2~3명을 확정하고, 다음달 초 최종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상용/김보형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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