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조용한 퇴사' 막는 비결은 코칭
입력
수정
지면A27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작년 미국에서 시작된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가 한동안 이슈였다.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의미로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더는 직장에 필요 이상의 에너지와 열정을 쏟지 않겠다는 것이다.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는 생각은 일견 이해되지만, 애정 없는 일을 매일 하는 것은 직장보다 개개인에게 더욱 괴로운 일이다.
동기가 사라진 조용한 퇴사자의 열정을 어떻게 해야 되살릴 수 있을까? 30여 년의 직장 경험을 되돌아보면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일의 이유를 찾고 업무와 직장에 애정이 있을 때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에 가장 큰 힘이 돼준 것은 상사와 주변 동료들의 코칭이었다. 코칭(coaching)이라는 말은 사륜마차인 코치(coach)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사륜마차가 사람을 목적지까지 운반하는 것처럼 목표점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는 것이다. 이런 어원을 고려해 본다면 코칭을 상하 관계에서의 일방향적 관리로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코칭은 수평적 관계에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충분한 소통을 통해 개인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하는 과정이다. 오늘날 MZ세대는 권위적이고 통제적인 방식보다 수평적 의사소통을 선호하기 때문에 코칭을 통한 동기 부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코칭이 중요하다면 그 핵심은 무엇일까? 코칭은 기본적으로 상대방과의 ‘대화’이며 답을 먼저 주기보다 스스로 생각해서 과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한다. 코칭을 잘하려면 먼저 일방적인 말하기를 자제해야 한다. ‘이렇게 하라’는 폐쇄형 지시보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개방형 질문을 통해 상대방이 대화에 적극 참여토록 해야 한다. 먼저 답을 주기보다 힌트를 주고 상대방의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도 좋은 소통 방법이다. 부하 직원의 실수를 질책하기보다 그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발전적 질문을 통해 성장의 기회로 삼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퇴사한 20대 직원들에게 퇴사 이유를 물어보면 ‘미래 비전이 낮아 보여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그만큼 직장에서 비전을 제시하는 롤모델이 없다는 것이다. ‘조용한 퇴사자’를 ‘열성적인 참여자’로 변화시키고 싶다면 조직의 리더부터 정보를 하달하며 지시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직원의 잠재력을 100% 끌어올리는 ‘코치’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