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WOW, 이제는 스타트업] '뷰티 서울'에 빠진 세계

전 세계가 서울을 추앙하고 있다. 2021년 세계적인 명품 ‘디올’에서 베스트셀러 립글로스의 새로운 컬러를 출시했다. 그 컬러의 이름은 바로 ‘서울 스칼렛’. 제품명에 컬러가 아니라 ‘서울’이라는 고유명사가 포함된 사례는 처음이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서울이라는 도시를 모티브로 새로운 컬러를 선보인 것이다.

이런 예도 있다. 두 달 전 구독자가 195만 명이나 되는 유튜버를 초대해서 점심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대학에서 아랍어과를 나온 자신이 유튜버가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집트에 여행을 갔는데 사람들이 서울을 너무 궁금해하고 좋아하는 거예요. 돌아와서 그냥 서울에 대한 소소한 것들을 유튜브에 올렸어요. 뭐 대단한 게 없어요. 그냥 소소한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중동에 아랍어를 쓰는 나라가 몇 개 나라인지 아세요? 자그마치 22개국이에요. 불과 몇 년 만에 195만 명의 구독자를 갖게 되더라고요.”그렇다. 지금 세계는 한국을, 그리고 서울을 궁금해한다. 20년 전에는 미국 뉴욕의 라이프스타일이 워너비였다면 지금은 왜 그런지 따지지도 않고 서울의 라이프스타일이 워너비다. 그들은 서울을 추앙해 마지않는다. 해마다 신년맞이 카운트다운을 하면서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광장에 모이던 전 세계 젊은이들이 이제는 서울의 DDP에 모여서 “해피 뉴이어”를 외치게 하는 프로젝트를 벌여야 할 때다.

디올의 새 컬러명은 '서울 스칼렛'

이런 서울의 대표적인 산업이 무엇일까? 반도체일까? 자동차일까? 서울의 가장 대표적인 산업은 뷰티·패션산업이다. 이제는 서울이 전 세계 리딩 브랜드와 도시에 뷰티산업의 영감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며칠 전 아마존의 고위 관계자와 미팅이 있었다. 그에 따르면 아마존에서 잘 팔리는 한국 상품 1위는 뷰티 제품이라고 한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 열풍이 K팝, 영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이어지면서 세계가 열광하는 성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안다. 그 K 콘텐츠 팬들이 느꼈던 한국적 ‘감성’을 ‘K뷰티’ 제품을 통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담아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손에 잡힌 것이 서울의 중소 뷰티 브랜드의 제품이었다. K뷰티가 K콘텐츠와 시너지 효과를 내며 지금의 위상을 떨친 원동력이 된 것이다. 화장품 수출 세계 4위, 세계 100대 화장품 기업 중 4개 기업의 소재지가 서울이라는 지표는 ‘뷰티 도시 서울’의 가능성을 증명한다.

뷰티산업은 BTS처럼

그런데 여기서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OTT의 기술적 발전이 없었다면 한국의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그렇게까지 전 세계인에게 전달될 수 있었을까? 음악의 소비 패턴이 바뀌지 않았다면? 또는 소셜미디어라는 기술적 진보가 없었다면 BTS가 마이클 잭슨을 능가하는 지금의 현실이 올 수 있었을까?

한때 홍콩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를 넘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의 위상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것은 할리우드와 똑같은 방법으로 경쟁했기 때문이다. BTS는 마이클 잭슨과 똑같은 방법이 아니라 완전히 패러다임이 바뀐 음악 소비의 생태계 속에서 소셜미디어라는 기술적 변화를 충분히 활용해 만들어낸 결과다.세계가 주목하는 서울의 뷰티산업도 홍콩 영화처럼 하지 않고 BTS처럼 해야 한다. 그 답은 뷰티산업 내에 다양한 분야의 ‘테크’를 접목해 생산부터 소비 행태까지 그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지금 많은 스타트업이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뷰티산업은 본격적인 디지털산업을 경험하고 있고,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기술 기반으로 성장 중인 뷰티 테크는 소비자가 스스로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뷰티 제품을 선택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냥 “그 글로벌 브랜드가 내 피부에 잘 맞더라”가 아니라 “이 스타트업의 제품이 왜 내게 맞는지를 알고 소비하는 것”이다.

기존 명품 브랜드, 대형 브랜드에 온라인과 로드숍 선점 기회를 빼앗긴 스타트업의 중소 브랜드는 뷰티 테크를 통해 재미 중심의 고객 참여를 이끌고 브랜드 인지도 확산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중국 등 K콘텐츠가 각광받고 있는 나라에서조차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그 현실을 극복하는 답은 ‘테크’에 있다. 이제는 공공부문의 각종 정책도 홍콩 영화처럼 말고 BTS처럼 해야 할 때다.

김현우 서울산업진흥원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