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형의 런던eye] 한국의 로봇·AI산업, 영국 진출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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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후 침체된 英 경제 살리려면2022년 영국 정치와 경제 상황을 한번 복기해 보자. 브렉시트를 이끌던 보리스 존슨 총리는 높은 세금과 지출 확대를, 후임 리즈 트러스 총리는 400억파운드 세금 감면 등을 통한 성장 촉진 및 에너지요금 지원 정책을 제시했으나 재정정책 지속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로 대혼란을 일으키면서 중도에 낙마하고 말았다. 이후 전 재무장관 출신인 리시 수낙이 비백인계 총리로 처음 취임해 550억파운드의 정부지출과 정부부채를 줄여나가는 중기 정책을 발표해 일단 시장의 신뢰를 되찾았다.
한국의 혁신 제조역량이 해법될 수 있어
전우형 KOTRA 런던무역관장
2020년 코로나 봉쇄로 11%나 위축된 영국 경제는 2021년 7.5%, 2022년 4.4% 성장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2025년은 돼야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10월 11.1%로 40년 만의 최고치로 폭등하면서 영국 중앙은행의 관리상한선인 2.0%를 훌쩍 넘어버렸다. 영국 서민은 이자율 상승, 인플레이션과 에너지비용 급등의 3중고를 겪고 있다.이제 중요한 것은 경제의 반등이다. 현재 영국에서는 연초에 임금 상승을 요구하는 NHS(의료시스템), 철도, 공항 등 공공부문의 예고된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2022년 3분기 통계를 보면 민간부문 임금 상승률은 6.8%인데 공공부문은 현저히 낮은 2%대 임금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공공부문 파업의 정당성을 대변하고 있다.
2023년 영국 경제가 제자리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로 생산성 제고를 들 수 있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영국 근로시간은 2022년 11월 기준 6.9시간이 줄어들었고, 공공부문 생산성은 2022년 말 기준으로 지난 3년 동안 7.1% 저하됐다. 국제로봇연맹(IFR)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디지털화 증폭’ 현상이 전 지구적으로 일어났다고 언급하며 2021년에는 2020년 대비 로봇 사용률이 31%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국은 2020년 통계 기준으로 로봇밀도(노동자 1만 명당 로봇 대수)가 세계 평균 126대보다 적은 101대로 세계 24위에 그쳤다. 특히, 서비스산업을 저임금 이민자와 동유럽 노동자로 지탱해 왔으나, 브렉시트 이후에는 노동력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로봇 도입을 통해 이러한 공백을 메우고 이를 통한 생산성 제고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수년간 부진했던 기업의 설비투자를 확대하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영국 정부는 2021년 코로나로 설비투자가 위축되자 2021년 4월부터 2023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초공제를 도입해 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이런 투자 확대 정책 지속 및 개발이 필요하다.세 번째로 넷제로(Net Zero) 정책으로 대변되는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산업의 지속적 육성이다. 영국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제로를 정책 목표로 2030년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2035 탈탄소화 발전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 정책은 수십 년간 탈산업화를 가속화해 수입품에 의존하는 부작용도 있었으나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촉매제 역할도 해 왔다. 기존 해상·육상 풍력발전에 원자력발전소 8기의 건설과 북해유전 추가 개발 등 하이브리드형 에너지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영국은 장구한 역사 및 문화유산, 살기 좋은 자연환경, 영어 사용 등으로 유럽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영국의 과제는 경제 회복을 통해 국민 소득을 높여나가는 것이다. 이 같은 경제 회복 움직임은 우리나라의 로봇, AI 등 혁신 제조 역량이 필요한 상황으로 한국 기업의 진출 확대도 노려봄 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