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사진가] 삶과 죽음, 전통문화…사진예술로 승화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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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구본창이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1980년대 후반, 국내에서 사진은 ‘현실을 기록하는 매체’일 뿐이었다. 예술의 범주에 사진을 넣는 이는 거의 없었다. 구본창은 여기에 도전했다. 인화지 여러 장을 실로 연결해 인체를 표현한 ‘태초에’ 연작(사진)으로 번민과 갈등에 짓눌린 인간의 모습을 표현했다. 그때까지 국내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이었다. 이어 내놓은 ‘숨’ 시리즈도 그랬다. 포르말린 액에 잠긴 물고기나 박제된 새 등을 통해 구본창은 삶과 죽음을 그렸다. 이후 구본창이란 이름 뒤에는 ‘한국 사진 예술의 문을 활짝 연 작가’란 설명이 붙었다.
구본창
구본창은 1998년 ‘탈’ 연작으로 우리 전통문화를 사진예술로 승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선 백자에 포커스를 맞췄다. 절제된 빛으로 촬영한 구본창의 백자는 신비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 그의 작품들은 달항아리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최근 새 단장을 마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립미술관이 재개관 기념작으로 구본창의 백자 연작을 택했다. 다음달 말까지 전시한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