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교통 개방이 '상권 활성화'로 이어질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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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위험한 거리됐다" 울상“앞으로 주말 저녁 장사는 접어야겠네요.”
현장 실제 목소리 귀 기울여야
이광식 사회부 기자
서울시가 서대문구 연세로 차량 통행을 허용한 지 엿새째인 25일. 설렁탕집을 운영하는 차모씨(43)는 기자를 보자마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수시로 길거리 공연이나 유명 연예인의 팬 사인회가 열려 사람이 몰려들던 거리에 더 이상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며 “과거와 같은 활기찬 거리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버스 등 일부 차량만 다닐 수 있었던 연세로에 모든 차량 통행을 허용한 서울시의 조치에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상권 활성화를 명분으로 9년 만에 다시 길을 열었지만 유동 인구가 줄어들고 결국 상권까지 위축됐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차량 통행을 재개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시는 우선 연세로가 있는 신촌동의 낮은 점포 생존율을 꼽았다. 차량이 진입하지 못해 접근성이 낮아 장사가 잘 안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신촌동의 점포 1년 생존율은 서울시 평균 이하다. 서울시 전체의 1년 생존율 75.1%보다 4.7%포인트 낮은 70.4%다. 하지만 상인들은 서울시의 신촌 상권 분석 원인과 결과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차씨는 “신촌 거리를 찾는 사람은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젊은 층”이라며 “이미 주차 공간이 좁고 요금이 비싸 차량 통행은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연세로 인근 상인 258명 가운데 173명(67.1%)이 이번 조치에 찬성했다는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한 상인은 “큰길에 있는 대다수 상인은 유리할 수 있어도 골목에 있는 영세 상인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걷는 사람 자체가 많아져야 ‘풍선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신촌 지역 축제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서대문구는 “사전 신고를 받아 해당 시간대에 차량 통행을 막으면 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상인들은 사전 신고 없이 열리는 길거리 공연 등이 더 많다고 반박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상인은 “언제나 열려 있는 자리와 미리 허락받아야 하는 자리가 같겠느냐”며 “홍대 앞 등 다른 공간을 찾아 떠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최근엔 안전 문제도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시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오토바이 통행을 막았지만 이날 연세로에선 오토바이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인근에 거주하는 송모씨(32)는 “사람 냄새 나는 거리가 한순간에 평범한 도로로 바뀌어버렸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