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있는 족쇄, 글로벌 물류센터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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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兆 '초국경 택배'시장서 뒤처진 한국한국이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e커머스 기업의 아시아권 물류센터 유치 경쟁에서 홍콩 싱가포르 등 경쟁국에 밀리고 있다. 글로벌 e커머스 기업이 한국에 지은 물류센터에서는 한국 소비자에게 상품을 배송할 수 없도록 한 ‘규제 대못’ 때문이다. 유통·물류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한국이 12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초(超)국경 택배’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에 국제 물류센터 지어도 국내 고객에 배송 못해
해외 e커머스 기업들, 규제없는 홍콩·싱가포르行
25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한 글로벌 e커머스 기업은 아시아권을 담당할 물류센터를 인천에 짓기 위해 국내 대형 물류업체와 장기간 논의를 이어왔지만 최근 최종 결렬됐다. 이 기업은 방향을 틀어 홍콩에 물류센터를 두기로 했다.업계에서는 한국이 물류센터 유치 경쟁에서 홍콩에 밀린 이유를 한국에 짓는 ‘글로벌 권역 물류센터(GDC)’를 반쪽짜리로 만드는 규제에서 찾는다. ‘자유무역지역 반출입 물품의 관리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국내 자유무역지역에 지어진 GDC로 반입된 상품은 국내 소비자에게 배송할 수 없다.
홍콩과 싱가포르 등 경쟁국은 이런 규제가 없다. 해당 기업이 한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는 한 아시아권 물류센터를 한국에서 운영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통관당국은 국내 소비자가 직구(직접구매)한 제품은 정식 수입한 제품과 달리 검역 절차 등을 거치지 않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해칠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GDC 설립에 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세계적으로 직구가 활성화하면서 GDC를 기반으로 한 초국경 택배시장이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물류 리서치 업체 트랜스포트인텔리전스는 올해 글로벌 초국경 택배시장 규모가 1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관세청도 GDC 한 곳을 유치하면 약 300명의 고용 창출 효과와 1000억원에 달하는 후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