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리실 등에 폭발물 보낸 용의자는 74세 전직 공무원(종합)

2013년 은퇴 후 독거…스페인 내무부, 러 연루 여부에 "모든 가능성 검토"
스페인이 지난해 말 총리실과 우크라이나 대사관 등에 폭발물이 담긴 소포를 보낸 용의자의 신병을 확보했다. 스페인 내무부는 25일(현지시간) 스페인 북부 미란다데에브로에서 74세 남성을 체포해 구금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EFE, AFP 통신 등이 전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 미란다데에브로 길거리에서 용의자를 붙잡았으며, 그의 자택을 압수 수색을 해 컴퓨터 장비와 가방 등을 확보했다.

용의자는 지난해 11월 24일∼12월 2일 총리실과 우크라이나 대사관 등 6곳에 화약과 점화 장치가 들어있는 소포를 발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6개 소포 중 최소 4개 소포 겉면에 적힌 글씨체가 동일한 것으로 확인돼 수사당국은 단독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 왔다.

용의자는 바스크 지방 비토리아 가스테이스 시의회에서 근무하다 2013년 은퇴한 전직 공무원으로 알려졌다.

용의자의 집 근처에 사는 한 이웃은 EFE에 용의자가 미란다데에브로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혼자 살아왔다고 말했다. 내무부는 용의자가 소셜미디어에서 매우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기술과 컴퓨터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파악했다.

수사 당국은 용의자가 홀로 폭발 장치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제삼자가 동참했거나,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페르난도 그란데 마를라스카 내무부 장관은 이번 사건 배후에 러시아가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2일 미국과 유럽 당국이 폭발물이 담긴 소포를 발송한 배후가 러시아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NYT는 미국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 임페리얼 무브먼트'(RIM)라는 극우 단체가 소포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30일 스페인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에는 폭발 물질이 담긴 소포가 배달돼, 이를 열어보던 직원이 손가락에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이를 전후해 스페인 총리실과 국방부 청사, 공군기지, 미국대사관, 군수업체에도 유사한 소포가 배송됐으나 폭발 전에 이를 처리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 앞으로 지난달 24일 가장 먼저 소포가 배달됐지만,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일주일가량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