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하차' 권성동·나경원, 與 당권 레이스에 변수되나

'중립노선' 고수하는 '윤핵관' 권성동…"분란 우려 고심"
"역할 없다"는 나경원에 金 "좋은 동지" 安 "한번 뵈려고"

권성동 의원에 이어 나경원 전 의원까지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다음 달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전대 국면에서 두 사람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로 김기현·안철수 의원 '양강 구도'가 한층 뚜렷해진 가운데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권 의원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고, 또 나 전 의원을 지지했던 표심이 어디로 이동하느냐에 따라서 초반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당권 도전을 고심하다 출마를 접은 권 의원은 전당대회 레이스와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이다.

지난 5일 불출마 선언 이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미주 이민 1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해외에서 상당 시간을 보냈다. 지난 17일 귀국했지만, 여전히 별다른 외부 활동이 없는 상태다.

권 의원은 불출마 회견 당시 "누구를 지지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안 의원과 나 전 의원 간 3파전 구도가 치열했던 만큼, 섣불리 어느 한쪽의 손을 들었다가는 당내 분란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권 도전을 포기했다고 해도 '윤핵관 맏형'으로서 정치적 입지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권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26일 통화에서 "호형호제하며 가깝게 지냈던 장제원 의원이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를 꾸린 상황에서 친윤계 분란 우려가 커지면서 스스로 당권 도전을 내려놨던 것 아닌가"라며 "권 의원으로서는 자신의 행보가 당권 레이스에 또 다른 분란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확고한 듯하다"고 말했다.

주변 인사들이 물어도 "스스로 판단하시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내주 전당대회 후보등록(2월 2∼3일)이 시작되고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하면 이런 '중립 모드'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단 나 전 의원 불출마로 선택지는 '친윤'(친윤석열)계가 전폭적으로 미는 김 의원과, '범윤'(범윤석열)계로 평가되지만, 구도상 '비윤'(비윤석열)으로 묶일 수 있는 안 의원 둘로 좁혀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친윤계 의원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안 의원을 선택했다고 해석될 수 있다"며 불편한 기류를 드러냈다.

선택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윤핵관'이라는 타이틀을 고려하면 종국적으로 김 의원을 지원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당권 도전을 포기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감정의 골을 극복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그렇다고 해서 안 의원을 지원하자니, 본인이 출마를 접으면서까지 피하고자 했던 내부 분란의 불씨가 재점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 측에서는 내심 권 의원과 '연대'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안 의원 측은 통화에서 "모든 윤핵관을 싸잡아 하나의 범주로 묶을 수는 없다.

가령 권성동 의원은 충직한 분 아닌가"라면서 "전당대회 경선이 본격화하면 그동안 용산 의중을 왜곡해 당 분위기를 휘젓고 다니는 일부 행태에 대한 문제의식이 곳곳에서 발현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표'의 향방도 변수다.

나 전 의원 역시 불출마 선언과 함께 "전당대회에서 내가 역할 할 공간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미 주자들 사이에서는 그의 표심을 흡수하기 위한 '눈치 게임'이 시작됐다.

'당원투표 100%'로 치러질 이번 전당대회에서 핵심 당원층 지지세가 두터운 나 전 의원과의 연대는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진행자가 '김나(김기현-나경원) 연대' 가능성을 묻자 "당연히, 연대·포용·탕평이 그런 의미 아니냐"라며 나 전 의원에 대해 "좋은 동지"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인천에서 열린 한 포럼 참석 후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나 전 의원에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어느 정도 마음도 좀 가라앉고 할 때 한번 뵈려고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