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갖다주고 뒷정리까지"…고객 놀라게 한 '배달부'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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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마일' 공략하는 토종 로봇社들코스닥 상장 중소 로봇기업 유진로봇은 지난달 인천 부평역 지하상가에 자율주행 물류 로봇 '고카트(GoCart)'를 배치했다. 의류·액세서리 상점이 즐비한 상가 곳곳을 누비며 상인들에게 식음료를 배달하고, 점포에서 나온 쓰레기를 운반하는 게 이 로봇의 주요 임무다. 유진로봇은 배터리 용량을 늘리고 센서의 성능을 개선한 고카트를 연내 추가 배치할 예정이다. 서비스 로봇이 일상으로 파고든 미래의 생활상을 성큼 앞당겼다는 평가다.
유진로봇 '고카트'로 산자부 실증사업
뉴빌리티 '뉴비' 골프장 식음료 배송
배민 코엑스서 '로봇배달' 서비스 등
"코로나로 배송 효율화 필요성 증대"
26일 로봇 업계에 따르면 라스트마일 시장을 겨냥한 자율주행 물류 로봇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라스트마일이란 물류가 소비자에게 도달하기 직전의 최종 배송 단계를 뜻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자상거래 수요가 크게 늘면서 라스트마일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전체 물류 과정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라스트 마일 단계를 효율화할 기술로 자율주행 물류 로봇이 주목받는 배경이다.유진로봇이 2016년 처음 선보인 고카트는 3차원 스캐닝 라이다를 적용해 전 방향 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 로봇이다. 유럽 수출에 필요한 국제표준인 ISO 13482를 국내 최초로 획득해 미국과 유럽 6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그동안 유럽 현지 병원의 코로나 병동 내 약품을 운반하거나, 수술 도구를 멸균 처리 시설에 운반하는 등 셔틀 로봇으로 주로 활용됐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로봇 실증 사업의 일환으로 딜리버리 서비스 버전의 고카트 2대가 부평역 지하상가에 배치됐다.고카트는 스마트폰 앱으로 호출 후 경로를 지정해 사용할 수 있다. 부평역 지하상가에서 지금까지 수백 차례 배송 임무를 수행했다. 유진로봇 관계자는 "처음 배치된 자율주행 로봇을 아직 어색해하는 상인들도 있다"며 "친화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스트마일 시장을 조준한 로봇업체들은 공통적으로 자체 자율주행 솔루션(AMS·Autonomous Mobility Solution)을 보유하고 있다. 센서와 구동, 제어 등 자율주행에 필요한 플랫폼 기술을 앞세워 물류 뿐만 아니라 로봇청소기, 도슨트 로봇 등 다양한 분양에 적용하고 있다.자율주행 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의 자율주행 로봇 '뉴비'도 복잡한 도시 환경에서 안정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한 제품이다. 값비싼 라이다 센서 대신 멀티 카메라 기반 V-SLAM(비전 인식 라이다)을 활용해 가격 장벽을 확 낮췄다. 지난해부터 유럽 자율주행 물류 전문기업 고꼬네트워크와 협업해 스페인 도심지에서 자율주행 로봇 배달 서비스 시범 운행을 준비 중이다.
뉴빌리티는 아난티 중앙 골프클럽에도 뉴비 6대를 배치했다. 골퍼들이 카트에 설치된 태블릿으로 식음료를 주문하면 딜리버리 로봇이 상품을 배달하거나, 카트길을 따라 순환하는 딜리버리 로봇에 담긴 상품을 직접 꺼내 이용할 수 있다. 이 업체는 올해 전국 주요 골프장으로 딜리버리 로봇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배달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배달 로봇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실내 배달 로봇 '딜리타워'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과 트레이드타워 오피스를 오가며 오피스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식음료를 배달한다. 트레이드센터에서 배달의민족 앱을 열면 '로봇배달' 카테고리가 생성되고, 매장과 메뉴를 선택한 후 사무실 층과 호수를 입력하면 주문이 완료된다. 현재 커피, 디저트, 샌드위치 등 간단한 식음료를 취급하는 매장 6곳의 메뉴를 이용할 수 있다.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스트레이츠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라스트마일 시장은 지난해 432억9200만 달러(약 53조원)로 집계됐다. 이후 연평균 13.2%씩 성장해 2030년엔 1322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