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 '웃음'·버라이즌 '글쎄'…분위기 상반된 美 통신사

AT&T, 25일 주가 6.58% 올라
가입자 수 증가세가 주가 상승 이끌어
버라이즌, 매출 전망 보수적으로 평가
사진=한경DB
연초 미국 최대 통신사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매출 규모 1위인 AT&T가 가입자 수를 빠르게 늘리는 데 성공하면서 주가가 하루 새 7%가 올랐다. 바면 2위인 버라이즌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신규 전화 가입자 수를 공개했다.


AT&T “통신업계 업황 좋아”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AT&T 주가는 전일 대비 6.58% 오른 20.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7월 20일 이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실적 발표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날 AT&T는 “지난 4분기 매출 313억4000만달러(약 38조5600억원), 주당순이익(EPS) 0.61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투자정보업체 팩트셋의 추정치(314억달러)를 밑돌았지만 EPS는 팩트셋 추정치(0.57달러)를 상회했다.투자자들을 웃게 만든 지표는 가입자 수였다. AT&T의 전화 후불 요금제 가입자 수는 지난 4분기 65만6000명이 늘었다. 팩트셋 추정치(64만5000명)을 웃돌면서 지난해에만 가입자 290만명을 늘렸다. 현금 사정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FCF)은 141억달러(약 17조3500억원)로 팩트셋 추정치(138억달러)를 뛰어넘었다. AT&T는 지난 7월 5세대(5G) 통신 및 광섬유 투자 확대를 이유로 지난해 FCF 전망치를 160억달러에서 140억달러로 낮췄다. 이번엔 올해 FCF 전망치를 160억달러로 높여 잡았다.

제니퍼 로버트슨 AT&T 수석 부사장은 “휴대폰 구매 방식에 맞춘 서비스 유통 전략이 먹혀들었다”고 강조했다. AT&T는 매장에서 휴대폰을 구매하거나 택배로 받아보도록 하는 기존 방식뿐 아니라 직원이 고객 집에 직접 찾아가 새 휴대폰을 전달하고 기존 휴대폰의 데이터를 전송해주는 서비스도 병행하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AT&T는 가격 인하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초 경쟁사인 티모바일이 물가 상승 부담을 고려해 “통신 요금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뒤 업계에 동참을 제안했지만 AT&T는 이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존 스탠키 AT&T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업계가 바닥을 향해 경쟁하고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업황은 꽤 좋다”고 말했다. 지난 4분기 AT&T 전화 가입자 이탈률은 0.84%로 전년 동기(0.85%)보다 0.01%포인트 낮았다. 미국 증권사 에드워드존스의 데이브 헤거 에널리스트는 “AT&T는 무선통신 시장 점유율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며 “영업이익률도 증가 추세”라고 설명했다.

월가, 버라이즌 목표주가 줄하향

반면 지난 24일 실적을 발표한 버라이즌은 가입자 증가세가 부진하다. 버라이즌의 지난해 4분기 전화 후불 요금제 가입자 수는 21만7000명 증가에 그쳤다. 8000명이 늘었던 직전 분기보다는 사정이 나아졌지만 월가 추정치(22만9000명)에는 못 미친 성과다. 고객들이 통신비를 아끼려 하면서 4분기 선불 요금제 가입자 수는 오히려 17만5000명이 줄었다.버라이즌은 올해 무선 서비스 부문의 매출 증가율 예상치도 최소 3%(지난해 3월 기준)에서 2.5~4.5%로 수정했다. 최소 4% 성장을 예상한 AT&T보다 부정적인 전망이다.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현재의 판촉 방식이 지속 가능하진 않을 것”이라며 판촉 전략 변화도 예고했다.

경쟁사보다 어두운 전망에 월가의 눈높이도 낮아졌다. 25일 코우언(55→49달러), 오펜하이머(50→46달러), RBC캐피털(42→40달러) 등 투자은행 3곳이 잇따라 버라이즌의 목표주가를 내렸다. 통신 리서치업체 모펫네이선슨의 창업자인 크레이그 모펫 애널리스트는 “통신사 간 판촉 경쟁 심화는 가입자 수를 늘리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비용 증가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1·2위의 전망이 엇갈리면서 시장 관심은 다음달 1일 실적을 발표하는 경쟁사 티모바일로 쏠리고 있다. 티모바일은 이달 초 지난 4분기 후불 요금제 가입자 수가 92만7000명 늘었다고 밝혔다. 버라이즌과 AT&T의 가입자 수 증가분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