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살아난다"…2차전지株 '급속 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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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7%·포스코케미칼 14%↑전기차 판매 감소 우려로 조정받던 2차전지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가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면서 업황 개선 기대가 커진 덕분이다. 하락을 점쳤던 투자자들이 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매수하는 ‘쇼트커버링’에 나서면서 주가가 뛰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엘앤에프 등 소재기업도 치솟아
테슬라 '깜짝 실적'에 투심 회복
공매도 투자자 쇼트커버링 영향도
외국인·기관 쌍끌이 매수
26일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6.82% 오른 51만7000원에 마감했다. 삼성SDI(3.54%), LG화학(5.06%)도 강세를 보였다. 포스코케미칼(14.06%), 엘앤에프(8.36%) 등 배터리 소재 업체들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각각 322억원, 74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포스코케미칼, 엘앤에프, LG화학 등도 각각 500억~800억원 규모의 외국인·기관 매수세가 들어왔다.
전날 테슬라는 작년 4분기 순이익이 36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9% 늘었다고 발표했다. 경기 침체로 전기차 판매가 급감할 것이란 우려를 깨고 ‘깜짝 실적’을 낸 것이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전망치다. 테슬라는 올해 180만 대의 차량을 인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역대 최고 기록인 전년(131만 대) 대비 37% 늘어난 수준이다.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그동안 국내 2차전지 관련주는 테슬라 판매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로 조정받았다”며 “테슬라가 높은 전망치를 제시하면서 테슬라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국내 업체들도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악재마저 삼킨 상승세
전문가들은 상승세가 악재를 삼켜버릴 정도로 강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업황 개선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이날 에코프로비엠은 증권사 평균 예상치(1211억원)를 크게 밑도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970억원)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3.64% 상승했다.LG에너지솔루션은 3.39%(약 4조원어치)에 달하는 우리사주 물량의 보호 예수 해제(27일)를 앞두고도 주가가 7% 가까이 올랐다.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투자자들이 쇼트커버링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전문가들은 배터리셀보다 소재 업체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배터리셀은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정책으로 경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는 배터리셀 업체가 늘어날수록 고객사가 많아지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재 업체 가운데는 배터리 원재료 비중이 50%에 달하는 양극재가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대표 양극재 업체는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포스코케미칼이 꼽힌다. LG화학, 대주전자재료 등 실리콘 음극재를 만드는 업체들도 주목받고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배터리 용량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음극재다. 기술 진입장벽이 높고 양산 기술을 갖춘 곳은 세계에서 3~4개 업체에 불과하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