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새로운 지역공동체와 전문대학의 역할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경남 사천시 삼천포초교 신수도분교가 올해 한 명의 졸업생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사천의 모든 도서지역 학교가 문을 닫게 됐다.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놀랄 일은 아니다. 폐교가 폐가로, 폐가가 소멸로 이어지는 현상을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지역에 있는 대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예년 같으면 새로운 학기를 준비하느라 분주했을 대학가는 지금 신입생 확보 전쟁 중이다. 저출산 문제는 지역과 대학 모두에 재앙이 되고 있다. 혈연 학연 지연으로 이어온 지역공동체를 유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문화 사회와 이에 따른 새로운 지역공동체를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

저출산 문제는 지역 소멸과 산업 소멸을 동시에 가져온다. 10년 만에 호황을 맞은 조선업은 국제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수주를 하고 있다. LNG선이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짓는 데는 최소 2~3년이 걸린다. 선박을 건조하는 데 수많은 공정이 있지만 이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 용접, 도장, 전기작업이다. 문제는 이런 공정을 담당할 인력이 국내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조선업뿐만 아니라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근간이 돼온 생산가능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 보인다.정부는 이런 문제를 직시하고 인구 감소 대응 방안을 부처 합동으로 준비하고 있다. 올해 들어 교육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는 외국인 유학생과 근로자를 구분해 다루던 시각에서 벗어나 더 적극적으로 한국에 정주할 수 있도록 외국인 유학생 지원 시스템을 바꿔나가고 있다. 지난 5일 교육부는 4대 개혁 분야를 발표했다. 이 중 ‘해외 인재의 전략적 유입과 국내 정착형 인력 육성’이 포함돼 있다. 오는 6월 발표할 유학생 유치 경쟁력 제고 방안인 ‘Study Korea 3.0’에서 법무부 산업부 고용부 등과 협력, 비자제도 개선 및 지역·산업 수요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등을 통해 유학생의 지역 내 취업·정착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최근 6년 동안 전문대학 학위과정 유학생은 연간 30% 이상 증가세를 보일 정도로 한국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외국인 유학생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졸업생들의 뿌리산업 및 조선업 관련 특정활동비자(E7)와 지난해 생긴 지역특화비자(F2) 취득자 증가는 괄목할 만하다. 지역 전문대학은 재직자 은퇴자 등 성인 학습자 평생교육과 함께 지역과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정주형 외국인 인력을 양성하는 중요한 허브 역할을 할 것이다. 새로운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전문대학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