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전세사기 피해 눈덩이…"쉽게 믿지말고 권리관계 확인해야"

피해자 169명, 피해액 33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대전 전세 사기 사건에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알려진 직업, 평판 등에 따라 피의자들을 쉽게 믿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26일 대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잇따라 구속된 전세 사기 주요 피의자 3명은 대전에 법인을 세운 뒤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에서 갭투자를 통해 전세 계약된 오피스텔과 빌라 432채를 사들였다. 이어 이를 월세 계약된 매물인 것처럼 속여 시중가보다 50∼60%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전직 방송사 직원 등으로 사회적 인지도가 높은 직업이어서 피해자들이 이들을 더 쉽게 믿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범인 부동산 중개업자들 역시 지역 내에서 중개 경험이 풍부하고 업계 평판이 두터워 피해자들이 이들을 신뢰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전했다. 주범들은 중개업자들에게 매매 건당 중개수수료로 최소 500만원에서 최대 4천500만원까지 통상 수수료의 최대 69배에 이르는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중개업자들이 매매를 성사시키기 위해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피해 규모가 더욱 커졌다.

월세 매물로 속아 산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전세 계약 세입자들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세보증금만 690억여원에 이르는데, 경찰이 피의자들의 금융계좌와 자금 흐름을 추적한 결과 이들의 자금 여력은 피해금을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들은 벌어들인 범죄 수익금을 채무 변제금이나 중개수수료, 생활비 등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 세입자들은 각자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세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거래 시 선순위 권리 관계에 대해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대전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장은 "임차인들은 부동산 거래 시 선순위 권리관계를 통해 어떤 권리관계가 있는지 등을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면서 "중개업자와 임대인은 매물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의무가 있는 만큼 이를 소홀히 했을 때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공인중개사를 포함한 주범 5명을 구속 송치하고, 나머지 27명을 불구속 송치하는 등 관련 피의자 32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이들 외에도 범죄 행위 가담 혐의가 있는 부동산중개업자 등을 상대로 추가 수사해 혐의를 입증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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