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에게 8900억 푼다는데…떨어지는 KT&G 주가 왜?

"KGC인삼공사 분리상장 안해"
행동주의 펀드 요구 공식 거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KT&G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 '릴 에이블'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를 거부하고 사실상 '주주총회 표 대결'을 선언한 KT&G 주가가 27일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50분 KT&G는 전날보다 3.42% 내린 9만3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KT&G는 전날 기업설명회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압박해 온 'KGC인삼공사 분리 상장'에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KGC인삼공사가 농가 관리, 유통업체 교섭, 해외 사업 등에서 KT&G의 후광을 누리고 있어 분리 상장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은 "주주 가치 제고 측면에서 실익이 적다고 판단한다"며 "최근 인적분할 사례를 검토했을 때 기업가치에 거의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행동주의 펀드의 또 다른 핵심 요구인 주주 환원에 대해서도 "2021년 발표한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했다. KT&G는 올해 자사주 매입으로 3000억원, 배당금으로 5900억원을 주주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다. 2년 전 내놓은 자사주 매입(3년간 1조원)이나 배당(3년간 1조7500억원) 구상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이 회사는 오는 3월 주총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의 '협공'에 시달리고 있다.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KGC인삼공사 분리 상장을 비롯한 5대 주주제안을 했다. 안다자산운용은 3년에 걸쳐 연간 5000억원을 투입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펀드는 제각기 사외이사 후보도 추천한 상태다. 경영진이 회사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있고, 주가 폭락에도 성과급을 인상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방 부사장은 "KT&G 경영진은 대부분 우리사주조합 형태로 회사 주식을 장기간 보유해 왔고, 주주 가치와 경영진의 보수는 정확히 일치한다"고 맞섰다. 사외이사 증원 계획에 대해서는 "법과 정관에 따라 구성되는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KT&G는 전자담배와 건강기능식품을 집중 육성해 2027년 그룹 매출 10조2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지난해 추정 매출(5조9000억원)보다 72.9% 늘어난 규모다. 이를 위해 2027년까지 3조90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CAPEX)를 집행하기로 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KT&G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FCP는 이날 "주가가 연일 폭락하는 와중에도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온 경영진이 마치 KT&G는 자신들의 영토, 주주는 외부의 간섭으로 여기는 것 같다"며 "주주를 무시하는 악습은 올해를 끝으로 종식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안다자산운용은 "설비투자 방안은 환영하지만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경영진이 사실을 왜곡해 주주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