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때려치고 식당이나"…패기의 20대, 제일 많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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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구원 발간 보고서 보니"내일도, 내년도, 10년 뒤에도 지금처럼 의자에 앉아 직장 생활을 하고 있겠죠. 지금까지 모은 돈 가지고 식당이나 하나 차리고 싶네요."
"20대, 폐업 위험률 가장 높아"
3년 차에 접어든 20대 직장인 박모 씨의 토로다. 박씨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직장생활이 지겹고, 남의 돈을 벌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창업을 희망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종종 포착된다. 가득 찬 패기 때문일까. 실제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최근 창업에 가장 많이 나서는 연령대는 2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폐업 위험이 가장 높은 연령대 역시 20대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연구원(이하 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서울시 자영업자 폐업의 특성 분석'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 이후 폐업 위험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20대라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22만5043개의 사업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폐업 위험률이 가장 낮은 연령대는 50대였다. 20대 대비 위험률은 50대(0.79배), 40대(0.80배), 30대(0.87배), 60대 이상(0.93배) 순으로 나타났다. 주재욱 서울연구원 경제사회연구실 연구위원은 "재창업 등 자영업에 재진입이 많은 점과 자본・경험에 따른 노하우의 차이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더 안정적인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코로나19 발발 초기인 2019년 하반기~2020년 상반기에는 20대의 폐업 위험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포착됐다. 비대면 및 디지털 전환에 20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세대 자영업자들도 비대면 및 디지털 전환에 익숙해지면서 20대와의 폐업 위험률 차이가 다시 벌어졌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소매업 업종 중에선 편의점, 식료품가게, 옷가게, 의료용품가게, 화장품가게, 정육점, 휴대폰가게 순으로 폐업이 많았다. 음식점업 중 폐업이 많은 업종은 한식전문점, 간이주점, 커피음료점, 분식점 순으로 나타났다. 숙박업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관찰됐다.
20대 창업이 가장 위험하다는 분석이지만, 실제로 20대 창업이 최근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2월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표자가 20대 이하인 사업장은 전년 대비 11.7%(2만2000개) 급증했다. 30대가 대표자인 사업장도 전년 대비 2만6000개 늘었지만, 이는 4% 늘어난 데 그친다. 증가 비율로만 보면 '20대 사장님'이 가장 많이 늘어난 셈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