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최진영 '홈 스위트 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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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제46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최진영 작가의 단편소설 '홈 스위트 홈'이 선정됐다.
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출판사 문학사상은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모든 중·단편소설을 심사한 뒤 선정했다.
이 작품에 대해 권영민 문학사상 편집주간(서울대 명예교수)은 "비애감이 깔리는 주제임에도 생의 긍정을 불어넣는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이 작품에서 집은 현재의 삶을 과거의 시간과 연결하고 먼 과거의 일들을 현재로 끌어와 회상할 수 있도록 만들며,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다채로운 기억들은 인간의 삶에 내재하는 심오한 존재론적 의미와도 맞닿게 됩니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방법으로 누군가를 돕고, 지키고, 응원하고, 살아가게 하는 사람들이 있어 나 또한 이곳에서 나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최진영 작가는 1981년 서울 출생으로, 2006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등을 썼다. 소설집으로는 <팽이> <겨울방학> <일주일> 등이 있다. 한겨레문학상, 신동엽문학상, 백신애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본심에는 권 주간을 비롯해 김종욱 문학평론가와 소설가 구효서, 윤대녕, 전경린이 참여했다.
권 주간은 "이번 심사 과정에서 눈에 띈 특징은 2000년 이후에 등단한 작가들이 후보로 올랐다는 것, 예년에도 그렇지만 여성 작가가 대다수였다는 것"이라며 "소재의 폭도 굉장히 넓어졌다"고 설명했다.이어 "단편의 길이가 예전보다 훨씬 짧아졌는데, 이렇게 되면 작품의 기법이나 구성이 출중하지 않으면 작품이 눈에 띄기 힘들다"며 "바람직한 변화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학사상은 이후 이 같은 계약 조건을 전면 수정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임지현 문학사상 대표는 "오랜 시간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부분, 저희도 미처 몰랐던 사항들이 있었다"며 "미진했던 부분을 하나하나 손 보면서 바꿔나가겠다"고 했다.
최 작가는 "이번에 출판사에서 대상 수상 소식과 함께 계약서 초안을 보내주셨는데, 작가에게 이로운 계약서의 표본이라 할 정도로 깨끗하고 단정한 계약서 받게 됐다"며 "그걸 보면서 '누군가 먼저 움직이고 목소리를 내서 바꿔놓은 밥상을 내가 그냥 먹어도 되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또 그는 "대학 시절 도서관에 가면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쭉 꽂혀있었고, 그걸 보면서 현대문학의 흐름을 알 수 있어서 이상문학상을 동경해왔다"며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고, 따르고 싶고, 배우고 싶고, 언제나 응원하는 작가들이 오랜 시간 받아온 상이기 때문에 감동적"이라고 했다.
문학사상은 이날 <제4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수록할 우수작을 함께 발표했다. 김기태의 ‘세상 모든 바다’, 박서련의 ‘나, 나, 마들렌’, 서성란 ‘내가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때’, 이장욱 ‘크로캅’, 최은미 ‘그곳’ 등이다.대상 상금은 5000만원이다. 우수작 재수록료는 각 500만원이다. 작품집은 다음달 중순께 발간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출판사 문학사상은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모든 중·단편소설을 심사한 뒤 선정했다.
'어떤 집에서 죽어갈 것인가' 질문하는 작품
수상작 '홈 스위트 홈'은 지난해 월간 문학지 '현대문학' 9월호에 발표된 작품이다. 말기 암에 걸린 40대 '나'가 시골 마을의 폐가를 구해 수리하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이야기다. "나는 죽어가고 있다. 살아 있다는 뜻이다"는 작품 속 문장처럼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작품이다.이 작품에 대해 권영민 문학사상 편집주간(서울대 명예교수)은 "비애감이 깔리는 주제임에도 생의 긍정을 불어넣는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이 작품에서 집은 현재의 삶을 과거의 시간과 연결하고 먼 과거의 일들을 현재로 끌어와 회상할 수 있도록 만들며,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다채로운 기억들은 인간의 삶에 내재하는 심오한 존재론적 의미와도 맞닿게 됩니다."
"사람들은 서로를 돕는지도 모르고 돕는다"
최 작가는 수상 소감을 통해 "내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불안이 먼저 찾아온다"며 "내게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가 의심하다 보면 죄책감이 스며들고, 행운이 나를 찾아온 이유를 곰곰이 찾아보게 된다"고 했다. 이어 "이번에도 소설을 통해 사랑을 전하고 싶었다"며 "그것은 나를 쓰는 사람으로 살게 하는 강한 동력"이라고 설명했다.그는 '홈 스위트 홈'을 쓰기까지 조한진희 작가의 책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시사 주간지 '시사IN'의 2020년 기획 시리즈 '죽음의 미래', 다큐멘터리 '엔드 게임: 생이 끝나갈 때'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설에 영향을 끼친 책과 기사와 영상이 있듯 한 편의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사람들은 서로를 돕는지도 모르고 도와준다"고 했다."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방법으로 누군가를 돕고, 지키고, 응원하고, 살아가게 하는 사람들이 있어 나 또한 이곳에서 나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최진영 작가는 1981년 서울 출생으로, 2006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구의 증명> <해가 지는 곳으로> 등을 썼다. 소설집으로는 <팽이> <겨울방학> <일주일> 등이 있다. 한겨레문학상, 신동엽문학상, 백신애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만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올해 후보작의 특징은
올해 이상문학상을 선정하기 위해 심사위원들은 소설 200편 이상을 검토했다. 권 주간은 "예심 단계에서 200편이 넘는 작품을 노태훈, 양윤의, 이경재 문학평론가가 한달간 살펴본 뒤 16편을 본심에 올렸다"며 "이분들이 '이 가운데서 이상문학상 대상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지목한 게 최은미, 이장욱, 이서수, 문진영, 최진영 작가였다"고 전했다.본심에는 권 주간을 비롯해 김종욱 문학평론가와 소설가 구효서, 윤대녕, 전경린이 참여했다.
권 주간은 "이번 심사 과정에서 눈에 띈 특징은 2000년 이후에 등단한 작가들이 후보로 올랐다는 것, 예년에도 그렇지만 여성 작가가 대다수였다는 것"이라며 "소재의 폭도 굉장히 넓어졌다"고 설명했다.이어 "단편의 길이가 예전보다 훨씬 짧아졌는데, 이렇게 되면 작품의 기법이나 구성이 출중하지 않으면 작품이 눈에 띄기 힘들다"며 "바람직한 변화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보이콧' 이후 수상작품집 계약서 고쳐
이상문학상은 2020년 수상작 저작권 문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대상 수상작의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하도록 하는 계약 조건 등에 반발해 작가들이 수상을 '보이콧'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문학사상은 이후 이 같은 계약 조건을 전면 수정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임지현 문학사상 대표는 "오랜 시간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부분, 저희도 미처 몰랐던 사항들이 있었다"며 "미진했던 부분을 하나하나 손 보면서 바꿔나가겠다"고 했다.
최 작가는 "이번에 출판사에서 대상 수상 소식과 함께 계약서 초안을 보내주셨는데, 작가에게 이로운 계약서의 표본이라 할 정도로 깨끗하고 단정한 계약서 받게 됐다"며 "그걸 보면서 '누군가 먼저 움직이고 목소리를 내서 바꿔놓은 밥상을 내가 그냥 먹어도 되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또 그는 "대학 시절 도서관에 가면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쭉 꽂혀있었고, 그걸 보면서 현대문학의 흐름을 알 수 있어서 이상문학상을 동경해왔다"며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고, 따르고 싶고, 배우고 싶고, 언제나 응원하는 작가들이 오랜 시간 받아온 상이기 때문에 감동적"이라고 했다.
문학사상은 이날 <제4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수록할 우수작을 함께 발표했다. 김기태의 ‘세상 모든 바다’, 박서련의 ‘나, 나, 마들렌’, 서성란 ‘내가 아직 조금 남아 있을 때’, 이장욱 ‘크로캅’, 최은미 ‘그곳’ 등이다.대상 상금은 5000만원이다. 우수작 재수록료는 각 500만원이다. 작품집은 다음달 중순께 발간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