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심상찮더니…한 달 만에 주가 34%뛴 이 종목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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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테마' 올라탄 루닛 이달 34%↑국내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1주일 동안 가장 ‘핫(hot)’하고 ‘콜드(cold)’했던 종목을 쏙 뽑아 들여다봅니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지난 1월 25~27일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종목은 루닛 뷰노 제이엘케이 딥노이드 등 인공지능(AI) 진단업체들입니다. 루닛은 지난 25일 7.16% 올랐습니다. 26일 1.26% 하락했지만 27일 다시 2.43% 상승해 4만10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루닛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4만원을 넘어선 건 지난해 8월 25일 이후 5개월여 만입니다.
락업 풀린 기관 물량 받아준 개미
뷰노 주가도 좋습니다. 뷰노는 지난 25일 5.32% 올랐고 딥노이드는 같은 날 6.95% 상승했습니다. 뷰노는 3거래일 만에 주가가 8640원에서 9000원대에 다가섰고 딥노이드는 7480원에서 8000원에 접근했습니다. 이들 세 회사의 주가 상승세는 지난해 말 불이 붙었고,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대비 27일 종가 기준 상승률은 루닛 34.56%, 딥노이드 40.32%, 뷰노 43.75%에 달합니다. 제이엘케이는 올해 들어 3거래일 빼고 모두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그 덕분에 올해 들어서만 주가 상승률이 36.19%에 이릅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 상승률은 10% 안팎입니다.
업계에선 이들 회사의 주가가 이처럼 단기간에 급등할 만한 내부 모멘텀을 찾긴 어렵다고 평가합니다. 품목 허가나 투자 유치 등 이렇다할 주가 상승 재료가 있진 않았다는 겁니다. 대신 최근 주가 상승 모멘텀이 부재한 헬스케어 업종 가운데 인공지능 테마로 이들 세 회사가 엮이며 주가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AI연구소인 오픈AI가 개발한 AI챗봇 '챗GPT'가 좋은 모멘텀이 됐습니다. 지난 12월 초 챗GPT가 처음 공개되며 전 세계적으로 이용자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AI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죠.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국내 정보기술(IT) 통신업계도 인공지능에 관심을 보이면서 관련주가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물론 루닛 뷰노 등의 주가가 움직이기 시작한 시점과 챗GPT가 공개된 시점이 정확히 일치하진 않아 연관성을 명확히 따지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공지능에 대해 높아진 관심도가 이들 회사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투자업계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지난해 4분기께부터 독립 리서치사에서도 루닛 등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수급적으로는 체크할 부분이 있습니다. 루닛을 보겠습니다. 루닛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기관 매수세가 탄탄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관 중심의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기관은 최근 10거래일 연속 순매도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 달간 기관은 루닛 주식 5만5500여주를 순매수했습니다. 이 기간에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4만8000여주와 9000여주를 순매도했습니다.
그러다가 12월 들어서 개인과 외국인도 매수세에 동참했습니다. 12월 한 달간 기관은 약 8만4000주를 순매수했는데 개인과 외국인도 각각 5만주와 2만주를 순매수했습니다.
올해 1월 들어서는 이런 수급이 바뀌었습니다. 개인과 외국인이 순매수세를 이어가는 반면 기관은 순매도로 완전 돌아섰습니다. 개인이 1월 들어 38만주를 순매수했지만 기관은 반대로 37만여주를 순매도했습니다.
특히 지난 25일과 26일 기관은 각각 6만주와 11만주를 순매도했습니다. 11만주 순매도는 지난해 상장 첫 거래일(7월 21일)과 그 다음 거래일(7월 22일) 각각 18만주와 17만주를 순매도한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이를 두고 투자업계에선 비상장 시절 루닛에 투자했던 기관 물량이 이달 21일부로 6개월 락업(보호예수)이 풀리며 쏟아진 물량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로 비교적 최근에 들어온 기관은 투자 단가가 주당 4만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돼 현 주가 수준에선 매도했을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시리즈 투자 때 들어온 기관 물량이 출회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투자자의 락업 해제가 시작된 타이밍에 인공지능 테마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개인이 이들 기관 매도 물량을 받아주고 있다"고 했습니다.이 관계자는 "평소 AI 진단 회사들의 거래량이 많지 않은 편인데, 최근 테마가 형성되면서 거래가 활발한 타이밍을 활용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