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OTT 하나만 봐야 한다면…그래도 넷플릭스? [연계소문]

[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넷플릭스, 파트 쪼개기·계정 공유 유료화 '승부수'
장점 지우고도 OTT 업계 1위 유지할까
'더 글로리'(넷플릭스), '카지노'(디즈니 플러스), '술꾼도시여자들'(티빙),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웨이브), '시맨틱 에러'(왓챠), 'SNL 코리아'(쿠팡플레이)

위의 프로그램을 다 보기 위해선 한 달에 최소 4만8000원(광고형 제외) 이상의 구독료를 내야 한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커지고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 달에 나가는 OTT 구독료가 적잖이 부담스럽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 요즘이다.그 가운데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평생 하나의 OTT만 봐야 한다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누리꾼들은 최소 2개 이상은 구독해야 할 것 같다며 "잔인한 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OTT 리포트'에 따르면 OTT 이용자 절반 이상이 2개 이상의 OTT 서비스를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60.7%가 2개 이상의 유료 OTT를 이용한다고 했다. 1개만 구독하는 이용자는 39.3%였다.

단연 눈에 띄는 건 넷플릭스의 입지였다. 2개 이상 구독하는 이용자들은 넷플릭스를 우선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쿠팡플레이 조합이 22.5%로 가장 많았고, 이어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14.3%), 넷플릭스-티빙(12.6%), 넷플릭스-U+모바일TV(11.7%), 넷플릭스-웨이브(9.7%) 순이었다.3개 이상 구독하는 경우엔 넷플릭스-티빙-웨이브(15.2%), 넷플릭스-쿠팡플레이-티빙(12.5%) 조합을 택했다.

하지만 최근 넷플릭스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넷플릭스가 구독자 수 감소를 막기 위해 킬링 콘텐츠에 대한 '파트 쪼개기' 전략과 수익성 개선을 위한 '계정 공유 유료화' 승부수를 동시에 띄웠기 때문이다.
'더 글로리' 송혜교 /사진=넷플릭스 제공
가장 최근 인기작인 송혜교 주연의 '더 글로리'만 두고 봐도 사전 제작한 작품임에도 파트 1·2로 나눠 공개하며 구독자 이탈을 막기 위한 '록인(Lock-In)' 전략을 본격적으로 전개했다. 아울러 '더 글로리' 파트2는 3월 10일 공개되는데, 계정 공유 유료화가 늦어도 3월 안으로 한국에 적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 상태다.결과적으로 시리즈 몰아 보기, 계정 공유 등 넷플릭스가 갖고 있던 장점을 모두 지우는 셈이다.

특히 넷플릭스는 '비밀번호 공유는 사랑(Love is sharing a password)'이라는 문구로 계정 공유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던 바, 달라진 입장에 이용자들은 더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OTT 리포트'에 따르면 주요 OTT 이용자 중 42.5%는 계정 공유에 과금이 이뤄질 경우 해당 서비스를 해지하겠다고 답했다. 다중 구독으로 인한 불편함과 비용 부담 등으로 최근에는 유튜브상에 떠도는 요약본 및 리뷰 영상을 보는 이들도 늘고 있다.다만 넷플릭스의 과감한 변심이 국내 OTT 서비스들에 이익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시적인 반사이익은 노려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업계 1위인 넷플릭스의 영향력과 킬링 콘텐츠의 힘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 OTT가 지닌 고유의 장점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독자들은 이미 한국형 콘텐츠, 외화,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 OTT별 특화 장르를 잘 파악하고 있다. 장점을 강화해 기존 구독자들의 이탈을 막고, 불확실성이 큰 오리지널 콘텐츠에 비해 비교적 안전하게 신규 구독자를 끌어올 수 있는 슈퍼 IP 확충에 공들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