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혹한기에도 승승장구…모더나, 2000명 채용 나선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바이오기업 대열에 합류한 모더나가 대규모 인력 충원에 나섰다. 투자 혹한기가 이어지면서 세계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잇따라 정리해고에 돌입한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활용한 암·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개발이 정상 궤도에 오른데다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력 수요가 계속 늘 것이란 평가다.

26일 미 제약전문매체 피어스파마에 따르면 올해 모더나는 2000명의 신규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다. 저크 콜린스 모더나 최고기술운영책임자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말 모더나의 직원이 600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모더나는 신규 인력 2000명 중 절반 정도를 기술개발, 화학, 제조 등의 분야에 활용할 방침이다. 생산 품질 관리, 미생물학, 디지털 전문가 등을 주로 채용할 계획이다. 모더나는 제조 파트에 로봇 등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면서 다양한 채용 기회가 열릴 것으로 분석했다.

모더나가 대규모 인력 충원에 나선 것은 암 백신과 RSV 백신의 상용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앞서 모더나는 미국 머크(MSD)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 개인 맞춤형 암 백신(mRNA-4157/V940) 임상 2상시험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치료제와 면역관문억제제인 키트루다를 흑색종 환자에게 병용 투여했더니 암이 재발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44% 줄었다.

RSV 백신 후보물질(mRNA-1345)은 임상 3상단계다. 지난 17일 모더나는 만 60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이 백신 후보물질을 투여했더니 예방효과가 83.7%였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올해 상반기 세계 각국에 시판 허가 신청을 하는 게 목표다.모더나와 달리 세계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생존게임'에 돌입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한 기업은 급증하고 있다.

피어스바이오텍에 따르면 지난해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한 기업은 119곳에 이른다. 극심한 자금난에 파이프라인 등을 정리하면서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만 26개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이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에도 당분간 정리해고 움직임은 이어질 것이란 평가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