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PGA 보란듯'…추리닝 입고 뛴 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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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웬만해선 규정이나 지침을 바꾸지 않는다.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는 오랜 전통을 지키는 게 더 가치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복장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한다. 긴바지가 원칙이다. 골프는 단정하고 품격 있는 스포츠란 게 이유다. 선수들이 반바지를 입을 수 있는 건 연습 라운드에서만이다. 그나마 2015년까지는 연습 때도 긴바지를 입어야 했다. 라이벌 격인 리브(LIV) 골프는 최근 대회 때도 선수들의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지만 PGA는 요지부동이다.
샘 라이더, 화려한 적갈색 ‘조거’
길이도 짧아 발목 위 맨살 드러나
추리닝 패션 … 갤러리 평가 엇갈려
선두 달리다 임성재와 공동 4위
맥스 호마, 버디 4개로 ‘역전극’
그러다 보니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GC 남코스(파72·7765야드)에서 열린 파머스인슈어런스 최종4라운드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사람이 아니라 ‘바지’였다. 샘 라이더(34·미국·사진)가 흔히 ‘추리닝’으로 불리는 ‘조거(jogger)’를 입고 출전해서다. PGA투어는 바지 길이만 규제 할 뿐 조거 착용을 금지하지는 않는다.그래서 가끔 조거를 입고 나온 선수들이 있었다. 리키 파울러(35·미국) 가 2016년 처음 조거를 입었고, 이후 에릭 반 루옌(33·남아공) 등 몇몇 선수가 입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처음이 아닌데도 이번 라이더의 복장이 화제가 된 건 색깔과 길이 때문이다. 통상 남성골퍼들이 입지 않는 적갈색(maroon)에 길이도 짧아 발목 위까지 맨살이 드러났다. 그가 최종 라운드를 시작할 때 2타 차 단독 선두여서 카메라가 줄곧 따라다닌 것도 이목을 끄는 데 한몫했다. 미국 골프 위크는 “라이더 복장은 이날 가장 큰 토론 거리였다”며 “많은 갤러리가 라이더 의 패션을 좋아했지만 몇몇은 정말 싫어했다”고 전했다.
146경기 출전 만에 우승을 노린 라이더는 이날 3오버파 75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공동 4위에 그쳤다. 공동 4위 명단에는 임성재(25)도 올랐다. 이는 그가 올 시즌 PGA투어에서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이다. 임성재의 마지막 톱10 기록은 지난해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7위)이었다.우승컵은 라이더에 5타 뒤진 공동 4위로 출발했던 맥스 호마(33·미국)가 가져갔다. 호마는 최종라운드에서 만 6언더파를 몰아치며 뒤집기에 성공했다. 호마는 전반에만 버디 4개를 뽑아내며 우승 경험이 없는 라이더를 압 박했다. PGA투어 통산 6승. 우승상금은 156만6000달러(약 19억3000만원) 다. PGA투어는 다음달 2일 개막하는 AT&T 페블비치 프로암(총상금 900만 달러)으로 이어진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