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았던 파킹통장 금리 한달도 안돼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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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연 5%까지 올랐지만지난달까지만 해도 연 4~5%까지 ‘파킹통장’(단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주는 수시 입출금 계좌) 금리를 끌어올렸던 은행 및 저축은행들이 한 달도 못 돼 금리를 다시 내리고 있다. 은행채 등 시중금리 하락으로 한숨을 돌린 금융회사들이 이제 조달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저마다 수신 금리 인하에 나섰기 때문이다.
시중금리 하락에 일제히 인하
OK저축銀 단번에 1.5%P 낮춰
소비자 "괜히 가입했다" 불만
◆자취 감춘 연 5%대 ‘파킹통장’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은 다음달 1일부터 ‘OK읏백만통장Ⅱ’ 금리를 기존 최고 연 5.5%(500만원 이하)에서 0.5%포인트 인하한다고 고객에게 공지했다. OK읏백만통장Ⅱ는 하루만 맡겨도 약정금리가 제공되며 언제든 돈을 뺄 수 있는 파킹통장으로 지난달 26일 출시됐다. OK저축은행은 지난 5일부터 100만원 이하 구간을 신설해 최고 금리를 연 5.0%에서 연 5.5%로 올렸다. 100만원 초과~500만원 이하에는 연 5.0%를 제공했다. OK저축은행은 지난 26일엔 중도해지 수수료가 없는 ‘e중도해지OK정기예금369’ 금리도 연 4.8%에서 연 3.3%로 내렸다. 작년 10월 연 4.1%에서 4.8%로 인상했는데, 3개월 만에 금리를 9월(연 3.2~3.4%) 수준으로 되돌린 셈이다. e중도해지OK정기예금369는 중도 인출하려면 해지해야 하지만 해당 기간 이자를 그대로 주기 때문에 실질은 파킹통장과 비슷하다. 일부 소비자들은 “연 3.3%는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만도 못한 금리”라며 “이렇게 깎을 줄 알았으면 애초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애큐온저축은행도 25일 파킹통장인 ‘머니쪼개기 통장’ 금리를 연 4.3%에서 4.1%로 낮췄고 다올저축은행과 대신저축은행 등도 올 들어 파킹통장 금리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파킹통장이 없는 대형 은행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대표 예금 상품 금리는 연 3.6~3.85%(만기 12개월·27일 기준)를 기록했다. 이달 초만 해도 이들 은행의 대표 예금 상품 금리는 연 4.1~4.36% 수준이었다. 3주 만에 0.5%포인트나 떨어졌다. 두 달 전과 비교하면 1%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인터넷은행 파킹통장인 카카오뱅크 ‘세이프박스’와 케이뱅크 ‘플러스박스’도 금리가 각각 연 2.7%, 3.0%에 그치고 있다.
◆당국 자제령 ‘도미노 효과’
작년 하반기 저축은행들은 파킹통장 금리를 마지못해 끌어올렸다. 대형 은행들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과 은행채 금리 상승에 맞춰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5%대로 끌어올리면서 저축은행 자금이 은행으로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다. 정기예금 경쟁력을 상실한 저축은행들은 대기성 자금이라도 유치하기 위해 파킹통장 금리를 앞다퉈 인상했다.하지만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은행 예·적금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요구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들이 파킹통장 금리를 올리자 오히려 자금이 과도하게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파킹통장을 통해서만 무려 1조원의 자금이 신규로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