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품 가게서 산 조명 알고보니…100억짜리 '거장 명품'

1960년대 영국 골동품 가게서 38만원에 구매
2007년 영국 화가 존 크랙스턴이 런던 북부 햄스테드 자택에 걸어뒀던 자코메티 샹들리에. 사진=가디언 트위터
1960년대에 영국의 한 골동품 가게에 진열돼 있다 한 화가의 수중에 들어간 스위스 유명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희귀 샹들리에가 경매시장에서 거액에 거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수주 안에 열릴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이 샹들리에의 판매가가 700만 파운드(약 107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자코메티의 작품은 경매에서 매우 비싼 가격에 거래되며, 예술품 최고 경매가를 주기적으로 경신하곤 한다. 크리스티 경매 관계자 미셸 맥멀런은 "알베르토의 작품과 역시 조각가 겸 가구 디자이너였던 그의 남동생 디에고의 작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높은 낙찰가를 예상했다. 그는 "청동으로 만들어진 자코메티의 또 다른 샹들리에는 2018년 경매에서 역대 최고가인 760만2400파운드(약 116억4000만원)에 낙찰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경매에 나올 자코메티의 샹들리에는 영국 화가 존 크랙스턴(2009년 작고)이 1960년대에 런던 말리본에 위치한 골동품 가게에서 250파운드(약 38만원)에 구입했다. 이후 50년 간 런던 북부 햄스테드의 자택에 걸어뒀던 것이다.

눈썰미가 좋았던 크랙스턴은 이 샹들리에가 작고한 친구이자 예술품 수집가인 피터 왓슨이 자코메티에 위탁해 제작된 작품으로 확신해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샹들리에가 왓슨이 문화 평론가이자 작가인 시릴 코널리와 1939년에 세운 문학 잡지사 호라이즌의 블룸즈버리 사무실 로비에 걸려있던 것이기 때문이다.

호라이즌은 조지 오웰, WH 오든, 에드워드 모건, 딜런 토마스, EM 포스터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실은 유력한 문학잡지였다. 호라이즌이 1950년에 문을 닫은 후에 이 샹들리에가 어떠한 경우로 해당 골동품 가게로 흘러 들어갔는지는 정확히 전해지지는 않았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사진=한경DB
프랑스 파리에서 살면서 현대적이고 초현실주의적인 예술 작품을 수집한 왓슨은 세계 2차 대전 당시 런던으로 돌아와 크랙스턴을 비롯해 조각가 헨리 무어, 화가 루치안 프로이트 등 영국의 재능있는 예술가들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왓슨은 1946년 혹은 1947년에 자코메티에게 이 샹들리에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에는 이 샹들리에가 과연 자코메티가 제작한 것이 맞는지에 대한 진위 논란도 있었다.
크랙스턴 기념 사업회는 이 작품의 진위를 증명하기 위해 긴 싸움에 들어갔고, 샹들리에는 2021년 12월에 감정을 받기 위해 파리에 있는 자코메티 미술관으로 보내졌다.

샹들리에 운송을 담당한 런던 보험 중개업체 애스턴 라크사의 한 관계자는 "샹들리에를 프랑스 파리로 보내고 다시 가지고 오는 데 중대한 보안 작전이 필요했지만, 노력을 들일 가치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피터 왓슨이 의뢰한 이 샹들리에는 자코메티의 작품 중 유명한 초현실주의 조각 '매달린 공'과 함께 가장 중요한 '걸이형 조각품'(hanging sculptures)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샹들리에 감정 과정을 함께 한 골동품 감정사 제임스 글레니는 "자코메티는 샹들리에를 대여섯점 정도밖에 제작하지 않았고, 다른 샹들리는 이런 '사연'을 지니고 있지 않다"며 "피터 왓슨을 위한 이 샹들리에는 조명이라기보다는 작품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