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니 伊총리, 리비아 방문…10조원 규모 가스전 개발 계약

우크라전 후 공급선 다변화 추진…리비아 정국 탓 계약이행 물음표도
불법 이주민 출항 막고자 리비아에 수색 구조선 지원키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북아프리카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를 방문해 80억 달러(약 9조8천800억 원) 규모의 가스전 개발 계약을 확정 지었다고 로이터, AP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 압둘하미드 드베이바 리비아 임시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탈리아 국영 에너지회사 에니(Eni)의 클라우디오 데스칼지 사장과 리비아 국영석유회사(NOC)의 파르하트 벵다라 사장이 계약서에 서명했다.

에니는 이번 계약을 통해 리비아 연안 가스전 2곳의 개발 사업에 80억 달러를 투자한다.

에니는 공사가 완료되는 2026년부터 이곳에서 하루 평균 2천124만㎥의 천연가스가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가스 공급처를 다변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23일 북아프리카 알제리를 방문한 데 이어 이번에는 리비아를 찾아 에너지 안보 확보에 나섰다.

멜로니 총리는 "중요하고 역사적인 계약"이라며 "이번 계약이 유럽의 에너지 공급처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로이터 통신은 리비아의 정치적인 혼란으로 인해 이번 계약이 잘 지켜질지는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현재 리비아는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는 리비아통합정부(GNU)의 드베이바 임시 총리와 동부 유전을 점령하고 있는 리비아국민군(LNA)의 파티 바샤가 전 내무장관 사이의 갈등으로 국가가 사실상 동서로 양분된 상태다.

모하메드 오운 리비아 석유장관은 이날 서명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자국 TV를 통해 이번 계약을 불법이라고 규정하며 NOC가 석유부와 협의 없이 계약을 진행했다고 규탄했다. 멜로니 총리는 드베이바 임시 총리와 함께 아프리카인 불법 이주 문제를 논의하며 협조를 요청했다.

이탈리아는 아프리카 북부 해안선을 마주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유럽행 아프리카 난민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아프리카 난민들은 통상 리비아나 튀니지를 기항지로 삼고 낡은 고무보트에 의지에 바다를 건넌다.

드베이바 임시 총리는 이탈리아가 리비아에 수색 구조선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불법 이주 문제 해결을 정부의 주요 목표로 삼은 멜로니 총리는 최근에는 튀니지를 방문해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에게 튀니지 정부가 불법 이주민 출항 단속에 힘쓴다면 이탈리아는 그 대가로 더 많은 튀니지인이 합법적으로 이탈리아에 올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총선 전부터 "불법 이주민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은 입항을 막는 것이 아니라 출항을 막는 것"이라며 "출항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