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펀드 조성액은 역대 최대지만 스타트업 투자는 감소한 이유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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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국내 벤처 투자 현황 통계 자료를 최근 발표했습니다. 역시 ‘투자 빙하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투자액이 많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관련 통계 자료와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도 발견됩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최근 정부 발표 통계를 중심으로 국내 스타트업 투자 동향을 전해드립니다.
중기부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복합 위기로 2022년 벤처투자가 미국은 30.9%, 이스라엘은 40.7% 감소한 것과 비교해볼 때 같은 기간 국내 벤처투자 감소율은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국내 벤처캐피탈들의 적극적인 투자처 발굴과 출자자 모집 노력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내 투자 규모가 줄었지만 해외와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얘기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1분기 투자는 2조 2214억원으로 1년 전보다 68.5%(9027억원) 증가했다. 2분기는 1조 9315억원으로 늘긴 했다. 하지만 전년 동기보다 1.4%(262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3분기부터 감소했다. 3분기 투자는 1조 2843억원으로 1년 전보다 38.6%(8070억원) 줄었다. 4분기에는 감소 폭이 더 커졌다. 1조3268원으로 전년 대비 43.9%(1조 381억원) 감소했다.중기부는 “이런 양상은 시장 경색 이전에 검토하던 투자 건들이 상반기까지 집행된 반면 3분기 들어서는 고물가, 고금리가 벤처 투자 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업종별로 보면 정보통신(ICT ) 서비스, 유통·서비스, 바이오·의료 3개 업종에 전체 투자의 70.5%가 몰렸다. ICT 서비스 업종에는 가장 많은 2조 3,518억원(34.8%)이 투자됐다. 하지만 1년 전보다는 3.2%(765억원) 감소했다.
바이오·의료 분야의 경우에는 지난해 1조 1058억원의 투자액을 기록했다. ICT 서비스(2조 3518억원), 유통·서비스(1조 3126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규모가 컸다. 하지만 상장한 바이오 기업의 주가하락, 기술특례상장 심사 강화 등으로 작년보다 34.1%(5712억원) 줄었다. 반면 영상·공연·음반 업종은 46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6%(443억) 증가했다. K팝, 한국 드라마 등의 해외 시장 인기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영향으로 보인다.
업력별로는 창업 초기기업(업력 3년 이하)에 대한 투자가 유일하게 증가했다. 초기기업 투자는 전년보다 7.8%(1452억원) 늘어난 2조 50억원으로 나타났다. 최초로 2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중기(업력 3~7년)와 후기(업력 7년 초과) 기업 투자는 각각 2조 7305억원과 2조 285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21.6%와 13.3% 감소했다.
늘어난 펀드 결성액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보통 결성된 펀드가 투자를 집행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다만 올해 경기 악화를 예상하고 VC업계가 투자보다는 자금 마련에 집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망 스타트업 '옥석 가리기'도 심화했다. VC업계 관계자는 “2~3년 전에 시장에 돈이 많이 풀렸을 때 기업 가치가 높아진 유망 스타트업의 지분을 올해는 이전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어 대기 투자금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망 스타트업 세일'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최근 벤처 투자 시장이 민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순수 민간자금으로 결성된 벤처펀드의 결성액은 4조 3651억원에 달했다. 모태자펀드 결성액(3조 8572억원)보다 많았다. 그동안 국내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해온 모태펀드(모태자펀드)의 비중이 2018년 58.2%에서 지난해 36.0%로 줄었다.
지난해 결성된 벤처 펀드의 출자자를 봐도 민간 출자자의 비중이 늘었다. 민간 부문은 1년 전보다 19.8% 늘어난 8조 110억원으로 전체 출자의 74.7%를 차지했다. 반면 정책금융 출자는 전년보다 3.3% 감소한 2조 7176억원으로 전체 출자의 25.3%로 나타났다. 벤처펀드에 가장 많이 출자한 민간 부문은 금융기관이었다. 해당 출자액은 전년 대비 39.9% 증가한 2조 4255억원이었다.
하지만 VC업계에서는 모태펀드 역할이 아직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태펀드가 줄지 않았다면 벤처펀드 조성액이 더 증가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정부의 모태펀드 예산은 5200억원으로 1년 전(1조700억원)보다 '반토막'이 났다. 올해 모태펀드 정부 예산은 3135억원으로 작년보다 40% 급감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 대책도 벤처펀드 조기 집행에 집중돼 있다. 국내 VC업계가 투자금은 충분히 모았지만 신속한 스타트업 투자에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벤처 투자 조기 집행을 독려하기 위해 최근 인센티브를 도입했다. 특정 투자 목표 비율을 달성한 모태자펀드 운용사에 관리보수 등을 추가 지급하고 차기 모태펀드 출자사업 선정 시 가점도 부여한다.
중기부는 지난 4일 공고한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 사업부터 본격적으로 인센티브를 적용한다. 모태펀드 우선손실충당 비율도 상향(10→15%)해 VC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지속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대규모 민간 자본 유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민간 모펀드 제조도 조속히 도입할 방침이다.
참 한 가지 더
국내 지역별 벤처 투자 규모
지난해 국내 지역별 벤처 투자 현황 어떨까. 서울이 55.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으로 보면 73.1%에 달했다. 지난해 투자금 증가 폭이 가장 큰 곳은 울산이었다. 1년 전보다 104.7% 증가했다. 경남은 55.5%를 기록해 두 번째로 증가율이 높았다. 반면 지난해 투자금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전남이었다. 1년 전보다 93.3%나 줄었다. 강원도 72.6%나 감소했다. 김주완 기자
확인된 투자 감소
지난해 국내 벤처 투자액이 1년 전보다 11.9% 감소했다. 전년보다 1조원 가까이 줄었다. 다만 2021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투자 규모가 컸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 같은 내용의 '2022년 연간 벤처투자' 동향을 최근 발표했다. 집계 범위는 중기부 소관의 벤처투자조합 투자 금액과 창업투자회사 직접 투자 금액이다. 작년 국내 벤처 투자는 전년 대비 11.9%(9162억원) 감소한 6조 7640억원으로 집계됐다. 액수 규모로 보면 작년 투자액은 2021년(7조6802억원)에 이어 역대로 두 번째로 컸다.중기부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복합 위기로 2022년 벤처투자가 미국은 30.9%, 이스라엘은 40.7% 감소한 것과 비교해볼 때 같은 기간 국내 벤처투자 감소율은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국내 벤처캐피탈들의 적극적인 투자처 발굴과 출자자 모집 노력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내 투자 규모가 줄었지만 해외와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얘기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1분기 투자는 2조 2214억원으로 1년 전보다 68.5%(9027억원) 증가했다. 2분기는 1조 9315억원으로 늘긴 했다. 하지만 전년 동기보다 1.4%(262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3분기부터 감소했다. 3분기 투자는 1조 2843억원으로 1년 전보다 38.6%(8070억원) 줄었다. 4분기에는 감소 폭이 더 커졌다. 1조3268원으로 전년 대비 43.9%(1조 381억원) 감소했다.중기부는 “이런 양상은 시장 경색 이전에 검토하던 투자 건들이 상반기까지 집행된 반면 3분기 들어서는 고물가, 고금리가 벤처 투자 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업종별로 보면 정보통신(ICT ) 서비스, 유통·서비스, 바이오·의료 3개 업종에 전체 투자의 70.5%가 몰렸다. ICT 서비스 업종에는 가장 많은 2조 3,518억원(34.8%)이 투자됐다. 하지만 1년 전보다는 3.2%(765억원) 감소했다.
바이오·의료 분야의 경우에는 지난해 1조 1058억원의 투자액을 기록했다. ICT 서비스(2조 3518억원), 유통·서비스(1조 3126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규모가 컸다. 하지만 상장한 바이오 기업의 주가하락, 기술특례상장 심사 강화 등으로 작년보다 34.1%(5712억원) 줄었다. 반면 영상·공연·음반 업종은 46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0.6%(443억) 증가했다. K팝, 한국 드라마 등의 해외 시장 인기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영향으로 보인다.
업력별로는 창업 초기기업(업력 3년 이하)에 대한 투자가 유일하게 증가했다. 초기기업 투자는 전년보다 7.8%(1452억원) 늘어난 2조 50억원으로 나타났다. 최초로 2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중기(업력 3~7년)와 후기(업력 7년 초과) 기업 투자는 각각 2조 7305억원과 2조 285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21.6%와 13.3% 감소했다.
벤처펀드 결성액은 역대 최고
지난해 국내 벤처 투자액은 줄었지만 벤처펀드 결성 실적은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벤처펀드는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벤처투자조합 기준이다. 보통 벤처캐피탈(VC)은 펀드를 조성해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VC들이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마련한 자금이 벤처펀드인 셈이다. 중기부에 따르면 작년 벤처펀드 신규 결성은 1년 전보다 13% 증가한 10조 7286억원을 기록했다. 최초로 1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벤처펀드 결성도 분기별로 보면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이 떨어지는 모습이긴 하다. 작년 1~3분기는 각각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1분기 68.1%, 2분기 46.5% 증가를 보였다가 3분기에 증가율이 3.3%로 급격히 떨어졌다. 4분기에는 벤처펀드 결성액은 1년 전보다 13.0% 감소했다.늘어난 펀드 결성액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보통 결성된 펀드가 투자를 집행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다만 올해 경기 악화를 예상하고 VC업계가 투자보다는 자금 마련에 집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망 스타트업 '옥석 가리기'도 심화했다. VC업계 관계자는 “2~3년 전에 시장에 돈이 많이 풀렸을 때 기업 가치가 높아진 유망 스타트업의 지분을 올해는 이전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어 대기 투자금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망 스타트업 세일'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최근 벤처 투자 시장이 민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순수 민간자금으로 결성된 벤처펀드의 결성액은 4조 3651억원에 달했다. 모태자펀드 결성액(3조 8572억원)보다 많았다. 그동안 국내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해온 모태펀드(모태자펀드)의 비중이 2018년 58.2%에서 지난해 36.0%로 줄었다.
지난해 결성된 벤처 펀드의 출자자를 봐도 민간 출자자의 비중이 늘었다. 민간 부문은 1년 전보다 19.8% 늘어난 8조 110억원으로 전체 출자의 74.7%를 차지했다. 반면 정책금융 출자는 전년보다 3.3% 감소한 2조 7176억원으로 전체 출자의 25.3%로 나타났다. 벤처펀드에 가장 많이 출자한 민간 부문은 금융기관이었다. 해당 출자액은 전년 대비 39.9% 증가한 2조 4255억원이었다.
하지만 VC업계에서는 모태펀드 역할이 아직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태펀드가 줄지 않았다면 벤처펀드 조성액이 더 증가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정부의 모태펀드 예산은 5200억원으로 1년 전(1조700억원)보다 '반토막'이 났다. 올해 모태펀드 정부 예산은 3135억원으로 작년보다 40% 급감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 대책도 벤처펀드 조기 집행에 집중돼 있다. 국내 VC업계가 투자금은 충분히 모았지만 신속한 스타트업 투자에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벤처 투자 조기 집행을 독려하기 위해 최근 인센티브를 도입했다. 특정 투자 목표 비율을 달성한 모태자펀드 운용사에 관리보수 등을 추가 지급하고 차기 모태펀드 출자사업 선정 시 가점도 부여한다.
중기부는 지난 4일 공고한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 사업부터 본격적으로 인센티브를 적용한다. 모태펀드 우선손실충당 비율도 상향(10→15%)해 VC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지속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대규모 민간 자본 유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민간 모펀드 제조도 조속히 도입할 방침이다.
참 한 가지 더
국내 지역별 벤처 투자 규모
지난해 국내 지역별 벤처 투자 현황 어떨까. 서울이 55.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으로 보면 73.1%에 달했다. 지난해 투자금 증가 폭이 가장 큰 곳은 울산이었다. 1년 전보다 104.7% 증가했다. 경남은 55.5%를 기록해 두 번째로 증가율이 높았다. 반면 지난해 투자금 감소 폭이 가장 큰 곳은 전남이었다. 1년 전보다 93.3%나 줄었다. 강원도 72.6%나 감소했다. 김주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