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청년 전세대출' 악용…갭투자 사기로 83억 챙긴 일당 검거

정부 청년 대출 허점 노린 범죄
임대·임차인·중개사까지 모조리 한통
빌라와 오피스텔이 밀집한 화곡동 전경. 사진=한경DB
정부의 무주택 청년 전세대출 제도를 악용해 대출금 명목으로 83억원을 챙긴 일당 151명이 검거됐다. 임대인, 임차인, 부동산 공인중개사까지 모조리 한통속이었다.

인천경찰청 강력범죄수사1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총책 A씨(34) 등 14명을 구속하고 13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A씨 등은 2021년 10월~2022년 4월 무주택 청년 전세대출 제도를 악용해 은행에서 대출을 시도해 총 88차례에 걸쳐 대출금 83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가 시행 중인 무주택 청년 전세대출은 19세 이상∼33세 이하 시민이라면 누구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최대 대출액은 1억원이다. 이들은 2020년 1월 해당 제도가 일반 은행에서 형식적인 서류 심사만으로 대출이 비교적 쉽다는 허점을 노려 범행을 하기로 계획했다.

A씨는 수도권, 대전, 경주에서 허위 임차인을 알선하는 총 30명의 대출 브로커 조직을 구성하고 각 지역별 총책, 관리책, 모집 및 알선책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이후 SNS 등을 통해 전세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허위 임대인과 대출 브로커 조직 운영을 통해 알게 된 허위 임차인을 각각 모집했다.이어 모집된 허위 임차인과 임대인과 각각 짜고 매매계약이 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은행에 제출해 1억을 챙긴 뒤, 임대인에게 500만원, 임차인에게 1000만~3000만원의 수익금을 배분했다. 나머지 5000만~6000만원은 총책과 나머지 30명의 브로커들과 5대5로 나눠 이득을 챙겼다.

이들은 허위 매매 계약서로 은행권에 대출을 실행한 것처럼 속여 제출하고 돈만 받아 챙겼으며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 범행에는 공인중개사 18명도 가담했다. 가짜 전세계약서를 작성해주는 대가로 건당 20만~40만원의 수수료를 받아 챙긴 것으로도 드러났다. A씨 등 일당은 경찰에서 대부분 혐의를 인정한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들 상당수는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추가 범행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 이들의 범행을 해당 은행에 통보해 전세대출 예정인 대출금 42억원을 지급 중단시켰다. 더불어 추가 범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은행이나 보증기관이 임대차 계약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도입하고 공인중개사의 전세계약서 대필 행위를 제재해달라고 관계기관에 요청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