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이사' 수입사 대표 "일본영화 흥행 공식 깬 이례적 작품"

100만 관객 돌파…"기억상실 소재 로맨스, 젊은 층에 신선하게 다가간 듯"
2010년부터 일본 작품 본격 수입…"한국영화 시장 다양화에 기여하고파"
"앞으로 한국에서 좀 더 다양한 영화들이 사랑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
일본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 수입사 미디어캐슬 강상욱 대표는 작품의 이례적 흥행에 "매우 기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오세이사'는 입소문을 타고 장기 상영되며 29일 누적 관객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2000년대 개봉한 일본 로맨스 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다. 현재 일본 실사영화 중 흥행 3위에 올라있지만 2위인 공포영화 '주온'(2002·101만여 명)도 조만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전화로 만난 강 대표는 "작게는 20만 명에서 크게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7·46만여 명) 정도 흥행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말 센세이셔널하다"며 웃었다.

"우리나라에서 잘 된 일본 영화들은 본토에서 큰 히트를 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오세이사'는 일본에서나 한국에서나 관객수와 매출이 비슷해요.

상당히 이례적이죠. 그런 공식을 깼다는 부분에서 뿌듯함도 느끼고 있습니다.

"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오세이사'는 불의의 사고로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게 된 여고생 마오리(후쿠모토 리코)와 동급생 도루(미치에다 슌스케)의 사랑을 그린다.

자고 일어나면 사고 이후 기억을 모두 잊는 마오리는 일기와 사진 등 기록에 의존하며 살아간다.

그는 도루에게 자신의 병을 숨기려 하고, 도루는 이 모든 걸 알면서도 모른 척하며 마오리의 곁을 지킨다.

강 대표는 원작 소설을 보자마자 "이게 영화로 만들어지면 상당히 괜찮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제가 수입한 작품 중에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도 타이틀 자체로 인지도와 바이럴이 많이 형성됐거든요.

그래서인지 이 작품의 제목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
작품의 인기 비결에 대해서는 "이제 막 50대에 접어든 제가 보기에는 새롭지는 않았지만 주요 관객층인 10∼20대에게는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고 했다.

"사실 기억상실을 소재로 한 로맨스 영화들이 많았잖아요.

'첫키스만 50번째'(2004)나 '이터널 선샤인'(2004)처럼 유명한 영화도 있고요.

그런데 어린 친구들 입장에서는 접해본 적 없던 이야기였던 거죠. 제 개인적으로는 대사나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도 매력적이었고요.

물론 남자 주인공(미치에다 슌스케)의 인기도 큰 몫을 한 것 같습니다.

"
2005년 모바일 콘텐츠 회사로 시작한 미디어캐슬은 2007년 애니메이션 '초속5센티미터' 투자로 영화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후 '고 녀석 맛나겠다'(2010)를 시작으로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중점적으로 국내에 들여오고 있다.

7천∼8천 권의 만화책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어릴 적부터 일본 작품을 즐겨봤다는 강 대표는 "일본 콘텐츠의 매력은 작은 주제도 굉장히 잘 다룬다는 것이다.

로맨스, 요리, 스포츠, 춤 등 장르가 다양하다는 것도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캐슬은 올해도 신카이 마코토 감독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한 남자' 등 일본 영화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강 대표는 "한국영화 시장이 더 다양하고 풍성해지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어떤 특정 장르에만 의존해서 시장이 유지되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거창한 목표지만 미디어캐슬이 더 많은 것을 접하고 보고자 하는 분들의 욕구를 조금이라도 더 충족시키는 데 일조하는 회사가 됐으면 합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