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과 다른 불공정한 제도?…공매도 둘러싼 오해와 진실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지난 8일 저녁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며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국내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몇 가지 통념이 있다. 대표적으로 공매도는 주식시장의 적(敵)이라고 생각한다. 공매도로 인한 득(得)보다 실(失)이 훨씬 더 많다고 여긴다. 미국과 일본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공매도 제도가 유독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증권업계·학계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를 통해 공매도를 둘러싼 대표적 오해와 진실에 대해 알아봤다.

▶공매도가 대체 뭐길래?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빌려서 파는 투자 기법이다. 특정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는 것에 베팅해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싼 값에 사서 되갚아 차익을 얻는다. 현행법상 증권을 먼저 차입한 뒤 거래하는 차입 공매도는 가능하지만, 주식을 빌리지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주식을 차입하는 방식은 크게 ‘대차거래’와 ‘대주거래’로 나뉜다. 대차거래는 당사자 간 합의로 주식을 대여·차입하는 장외거래다. 기관투자가(외국인 포함)와 전문투자자 요건을 갖춘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참여한다. 대여기간·담보비율 등은 국제대차거래표준약관(GMSLA)을 따른다. 만기는 당사자 간 합의로 결정하며 대여자가 반환을 요청(리콜)할 경우 즉시 반환해야 한다.

대주거래는 증권사가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매도 목적의 증권을 대여해주는 거래다. 개인투자자들은 재무상태·신용도 등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증권사에서는 대여기간과 담보비율을 표준화해 제공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개인투자자의 대주거래 시 담보비율을 기존 140% 이상에서 120% 이상으로 낮추는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미국은 개인과 기관의 대여기간·담보비율을 똑같이 제한한다는데?

사실과 다르다. 미국에서 공매도를 위한 주식 차입 경로는 크게 ‘마진거래’(Margin trading)와 ‘증권대차시장(Security lending market)’으로 나뉜다. 마진거래는 우리나라의 대주거래, 증권대차시장은 대차거래에 해당한다.마진거래는 우리나라의 대주시장과 달리 개인과 기관 모두 참여할 수 있다. 마진거래 시에는 투자 주체가 누구인지와 상관없이 150% 보증금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미국에서 기관은 마진거래보다 증권대차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증권대차시장에서 더 낮은 비용으로 주식을 대여·차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매상이 소매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해도 주로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거래하는 것과 유사하다.

증권대차시장에 관한 규정(FDIC)에 따르면 대여기간에 대한 제약은 없다. 최소담보비율은 102%다.일본의 경우도 유사하다. 일본은 기관투자가 간에 증권을 대여·차입하는 거래(한국의 대차거래)를 대주거래라고 부른다. 반면 한국의 대주거래는 제도신용거래로 불린다. 제도신용거래 시에는 130%의 보증금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대주거래(한국의 대차거래)를 할 땐 한국과 동일하게 GMSLA를 따라 당사자간 합의로 대여기간과 담보비율을 정하고 있다.

▶다른 국가와 상관없이 대여기간·담보비율을 제한할 순 없나?

부작용이 큰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 실제 2016년까지는 대차거래를 1년으로 제한하는 규제가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한 '롤오버'(만기 연장)는 허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1년 이상 대차거래를 유지하는 투자자들은 불필요한 행정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국제 정합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2016년 7월 규제를 폐지했다.

공매도 관련 규제가 다른 국가와 상관없이 무한정 강화될 경우 국내 자본시장은 '갈라파고스화'될 수 있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시장에 투자할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이는 한국 주식과 증시의 저평가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기관은 '인디언 기우제'처럼 주가가 떨어질 때까지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하나?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쓰이기 힘들다는 것이 많은 기관투자가들의 견해다. 공매도 포지션이 장기화할 경우 대차거래 비용이 계속해서 늘어나기 때문이다.

매수 전략과 달리 공매도는 손실이 무한대로 열려 있다. 주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시기에는 공매도 포지션을 연장하기보다 쇼트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행위)이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의 주범?

이론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다. 주식을 빌려 팔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매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공매도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적으로 0에 수렴한다. 오히려 공매도는 유동성 공급, 추가 수요 창출, 버블 방지 등 순기능을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코로나19 위기 당시 공매도 금지 국가와 비금지 국가의 주가 상승률은 큰 차이가 없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금융선진국은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보고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다.

국내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해 6월을 분석한 결과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하락했다고 보기 어려운 결과가 나왔다. 공매도가 허용된 코스피200지수가 2022년 6월 3일부터 7월 1일까지 13.6% 하락한 반면, 코스피200지수 종목을 제외한 코스피지수는 15.5% 빠졌다. 공매도가 금지된 종목의 주가가 더 하락한 것이다.

▶공매도 규제가 다른 나라보다 약한가?

국내 공매도 규제는 해외 주요국 증시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무차입 공매도가 불법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시장조성자에 한해 무차입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시장조성자는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매수·매도 양방향 호가를 촘촘하게 내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내에는 공매도 호가가 직전가보다 높게 제출돼야 하는 ‘업틱룰’이 적용된다. 공매도의 가격 하락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유럽 증시에는 업틱룰 제도가 없고, 미국과 일본은 주가가 10% 이상 하락한 경우에만 업틱룰이 적용된다.공매도 순보유잔고를 투자자·종목별로 모두 공개하도록 의무화한 나라도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도 국내에만 존재하는 제도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는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률, 공매도 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다음 거래일에 공매도를 금지하는 제도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