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日과 남쿠릴열도 어업 분쟁 해결 협의 않겠다" 거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후 자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일본과 쿠릴열도 남단 지역 어업 분쟁 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9일(현지시간) 스푸트니크·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에서 "일본 정부의 대러시아 제재는 선린우호 관계 강화·발전을 위해 체결한 1998년 협정의 정신과 내용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해당 협정 이행을 위한 정부 간 협의를 개최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또 "(양국이)정상적인 대화를 하려면 일본 정부가 우리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과 양국 관계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나시르, 이투루프, 하보마이 군도, 시코탄 등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러시아와 일본은 1998년 해양생물자원 조업 분야 협력에 관한 정부 간 협정을 체결했다. 러시아는 이 협정에 근거해 자국이 실효 지배하는 쿠릴열도 남단 4개 섬 주변 해역에서 일본 어선이 조업하는 것을 허용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작년 6월 일본 측이 협정에 따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정 이행 중단을 발표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난 23일 자국 어민들이 이 지역에서 조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러시아에 연례 협정을 열 것을 제안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후 러시아와 일본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은 미국·유럽연합(EU) 등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으며, 지난 27일에도 러시아군 간부와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세력 관계자 등의 자산을 동결하는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일본 정부가 도입한 일련의 조치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양국은 쿠릴열도 영토분쟁 해결 등을 위한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중단한 상태다.

러시아는 작년 9월 일본인의 쿠릴열도 남단 4개 섬 무비자 방문도 금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