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없이 첫 홀로서기…토끼띠 기운으로 뛰어오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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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을 빛낼 골퍼들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공식 네이버NOW 채널 ‘켈피TV’에서 통합 조회수(8만1872회) 1위를 기록한 것은 박현경(23)이 나온 영상이다. 2위 영상 역시 박현경(7만5911회)이 ‘같이 골프 치고 싶은 여자 연예인은’이라는 주제로 찍은 콘텐츠다. 네이버에서는 ‘많이 본 골프 영상’의 조회수가 주로 2000~3000회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평소보다 수십 배 넘는 ‘클릭 수’가 나왔다. 지난해에는 우승을 거두지 못했고 상금랭킹 또한 13위(5억3959만원)에 머물러 이렇다 할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도 이런 성과를 냈다.
(5) "토끼해 상승세 이어간다" 박현경
어릴 적 '인사성' 강조한 아버지
실력에 예의도 갖춘 선수로 인기
"모든 우승엔 아버지가 동행
클럽 선택 적중률 8할은 됐다"
나 홀로 서야겠다는 판단에
올해부터 '아버지 캐디'와 작별
이번 시즌 목표는 '최소 1승'
"페어웨이 안착률 끌어올릴 것"
인기 비결을 ‘호감형 외모’만으로 설명하기엔 무언가 부족하다. 그의 매니지먼트사가 있는 서울 논현동 갤럭시아SM에서 얼마 전 만난 박현경은 “경기가 안 풀려도 팬들에게 인사는 꼭 하려고 한다”며 “팬들도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고, 나도 거기서 좋은 기운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팬들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는 얘기다.그는 깍듯한 인사성의 배경을 아버지의 ‘스파르타’ 예절 교육에서 찾았다. 그의 캐디이자 정신적 지주인 아버지 박세수 씨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출신이다. 박현경은 아버지가 전북 전주에서 운영하던 골프연습장에서 골프를 배웠다. 아버지는 무엇보다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교에 갔다가 연습장에 들어왔는데 손님들에게 큰소리로 인사를 안 하면 아버지가 크게 혼냈어요. 인사를 안 했다고 에어컨 앞에서 한 시간 넘게 세워놓은 적도 있고. 골프 실력만큼이나 항상 인성과 예절을 강조하셔서, 이제는 ‘무의식’적으로 보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는 경지에 오른 것 같아요. 하하.”
물론 인사성만으로 지금의 인기를 얻은 것은 아니다. 든든한 성적이 받쳐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2019년 데뷔한 박현경은 투어 통산 3승을 올렸고 그중 2승을 메이저대회에서 거둘 정도로 큰 무대에서 강했다. 2021년에는 고(故) 구옥희에 이어 39년 만에 메이저대회 KLPGA 챔피언십 2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때도 아버지가 곁에 있었다. 박현경은 “모든 우승에서 아버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아버지의 클럽 선택 적중률이 80%는 된 것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박현경은 이제 ‘홀로서기’에 나선다. 올해부터 아버지 대신 김동용 캐디를 고용했다. 아버지의 캐디 은퇴 얘기를 먼저 꺼낸 건 박현경이었다. “(아버지가) 시합이 끝나면 무릎도 허리도 아프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혼자 해내야겠다고 생각한 건 제가 아버지에게 너무 의지한다고 느낀 순간이 잦아졌기 때문이에요. 경기가 잘 안 풀릴 땐 내가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데, 언제까지 아버지가 캐디를 해주실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데뷔 다음해부터 2년 연속 상금랭킹 ‘톱10’에 오른 박현경은 지난해 부진을 떨쳐내기 위해 이번 겨울 베트남에서 구슬땀을 흘릴 예정이다. 당장은 페어웨이 안착률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2021년 78.17%(21위)에 있던 페어웨이 안착률이 지난해에는 73.16%(34위로) 뚝 떨어졌다. 박현경은 “지금까지 드라이버 때문에 고민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지난해에는 유독 벌타를 받고 ‘드롭’한 경우가 많았다”며 “갑자기 스윙 밸런스가 흔들릴 때가 늘어나 이번 겨울 전지훈련에서 이를 꼭 잡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전반기엔 부진했으나 하반기 준우승 두 번을 포함해 ‘톱10’에 다섯 번 들었다는 점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2000년생이지만 생일이 1월 7일로 빨라 ‘토끼띠’인 박현경은 계묘년을 맞아 지난해 하반기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각오다. 그는 “토끼의 해였던 2011년에 초등학교 5학년이었는데, 그때 좋은 기운을 받아 처음 화이트 티에서 싱글을 친 기억이 난다”며 “푸른 잔디에서 깡총깡총 뛰어노는 토끼처럼 골프장 잔디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겠다. 꼭 ‘무관’에서 벗어나겠다”고 다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