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잡 뛰는 이유요?"…'슬램덩크'에 빠졌던 여고생의 선택 [방준식의 N잡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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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코치되려고 5개 잡 뛰죠"
'NBA 심리코치' 꿈꾸는 유학생 지니
북스토어 직원,견습생,크리에이터
'랜선 러닝' 호스트로도 활동 종횡무진
"원하는 1가지 일하려 5가지 일 해요"
고등학교때 슬램덩크에 빠졌어요. 자연스럽게 슬램덩크 주인공들의 모티브가 된 NBA 선수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죠. 샌안토니오 스퍼스 경기를 직관하며 확신했어요. 'NBA에서 일해야겠다'고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후 2021년부터 롱비치(Long Beach)에서 스포츠 심리에 관해 석사과정을 하고 있어요. 저는 학생이자 △북스토어 직원 △스포츠 심리 코치 견습생 △유튜버 △스포츠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죠. 한국에서는 ‘랜선 러닝’ 호스트로도 활동했어요. 진짜 하고 싶은 1가지 일을 위해 5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농구 좋아하세요?"
만화책 속 여주인공이 묻는 질문이 강백호의 인생을 바꾼 것처럼 만화책으로 자신의 인생 진로가 바뀐 이가 있다. 슬램덩크에 빠진 그는 대학졸업후 NBA에서 일하기 위해 석사과정에 도전을 했다. 생계를 위해 다양한 일을 하던 그에게 유일한 위안은 달리기였다. 2년이 넘게 꾸준히 나홀로 조깅을 하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달리는 동안 오롯이 나를 돌보는 시간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해주고 싶다.’ 그렇게 대학생 시절 '랜선 러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서로 한번도 얼굴을 본적 없는 사람들끼리 100일이 넘게 함께 달리며 러닝 일상을 공유했다. 어느새 함께 달리는 사람이 30명이 넘었다. 취미 플랫폼 프립에서 ‘랜선 러닝’ 호스트로 활동했던 지니(송혜진·26)의 이야기다. Q. 자기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유학중인 지니(송혜진·26)입니다. 미국에서 석사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북스토어 직원이자 △스포츠 심리 코치 견습생 △남자 농구팀의 소셜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유튜버로 활동중입니다."
Q. 한국에서는 어떻게 호스트를 하시게 됐나요.
"코로나19 기간 나홀로 조깅 랜선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한번도 본적 없는 분들과 함께 100일, 200일 매일 뛰었죠. 그 중 세 분이 500일이 넘게 꾸준히 참여하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유대 관계가 생겼고 2년 가까이 운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Q. 호스트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저는 달리는 것을 좋아해요. 목적지를 정해서 매일 왕복으로 4~5㎞를 뛰고 있죠. 달리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좋아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기록 단축이나 다이어트를 목표로 하기 보다는 달리면서 나를 케어하는 시간을 갖는 것에 초점을 맞췄죠. 달리면서 떠오른 생각은 일기를 쓰듯 네이버 밴드를 통해 서로 공유했어요. 달리며 찍은 하늘 사진과 함께요. 꾸준히 달린지 100일 째 되는 분들께는 공유해주신 생각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어 드리기도 했죠."Q. 랜선 조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나 홀로 조깅은 혼자 달리면서 떠오른 생각의 공유를 초점으로 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저의 전공인 스포츠 운동 심리와도 관련이 있었죠. 매일 일기를 쓰듯 나를 돌아보고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심리 용어로 ‘자기 인식’ 능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였어요. 매주 일요일마다 대원님들이 공유해준 생각을 모아서 정리해 드렸습니다. 한 주의 끝에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을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요."Q. 보상책도 있었다고요.
"학사 때 스포츠 마케팅을 전공으로 소셜 미디어 분야에서 4년째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전공을 살려 대원님들이 공유한 하늘사진에 생각을 삽입해 그림일기처럼 제공했어요. ‘하늘 생각집’이라 불렀는데 100장이 모이면 책으로 만들어 보내드렸습니다. 5권까지 모으신 분도 있었을 정도로 호응이 좋았어요. 특히 새해가 되면 많은 분들이 참여하시더라고요. 많게는 총 30분과 함께 꾸준히 달렸죠."
Q. 호스트 이후 다른 꿈을 키우셨는데요.
"고민을 많이했었어요. 현재 전공이자 목표인 스포츠 선수들 심리 코치를 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어 그만두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도 매우 그리워요.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입니다."Q. 미국 유학은 어떻게 결정하셨나요.
"스포츠 심리를 공부하고 NBA(미국프로농구)에서 일할 기회를 잡기 위해서요. 고등학교 시절 만화책 슬램덩크를 보고 농구에 빠졌어요. 만화의 모티브가 된 NBA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샌안토니오 스퍼스라는 팀의 팬이 됐어요.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1년간 돈을 모아 NBA 경기를 보러 6년전 미국으로 처음 여행을 갔죠. 스퍼스 경기 직관을 한 이후 NBA에서 일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스포츠에서 멘털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되었고,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심리기술을 배우기 위해 미국 유학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Q. 미국에서도 N잡을 많이 하신다고요.
"캠퍼스 내에 북스토어 직원으로 일하면서 생계를 위한 돈을 벌고 있습니다. 대학내 남자 농구팀과 소셜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로도 일하고 있어요. 스포츠 멘털 코치 견습생으로서 대학 선수들 심리 코칭도 하고 있어요."Q. 관련 작격증을 따야 하나요.
"미국은 스포츠심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선수들과 일하는 200시간을 채워야 합니다. 교수님께 상담 받으면서 인턴십과 같은 자격 연수를 받고 있습니다. 졸업 후에는 2달안에 직장을 구해야만 1년간 일할 수 있는 비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시민권자가 아니라서 1년 뒤에는 회사가 비자 지원을 해줘야 하구요."Q. 유튜버로도 활동 중이라고요.
"작년 5월부터 콘텐츠를 올리고 있어요. 올해는 꾸준히 활동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주로 스포츠 심리 전공과 관련된 내용이에요. 멘털 스킬은 운동선수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삶에도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가장 인기있었던 콘텐츠는 '나의 강점'을 찾는 영상이었어요. 종종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을까?’,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까?’ 에 대해 생각하곤 하는데, 우리 모두가 가진 자신만의 ‘강점’을 인지하고 있을 때 이것이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이 된다는 내용이에요."
Q. N잡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살면서 늘 N잡이었어요. 내가 해야하는 일이 하고 싶은 일과 일치하지 않았거든요. 저는 지금 △학생 △북스토어 직원 △스포츠 심리코치 견습생 △유튜버 △스포츠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5가지 일을 하고 있죠.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은 스포츠 심리 코치가 되는 것과 스포츠 심리와 관련된 소셜 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에요. 몇 가지 직업을 가지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생계수단이 일치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몇개의 N잡을 하건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일이어야 하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생계를 위해 목표와 큰 관련이 없는 북스토어 직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일이니 진심을 다해 일하려고 노력합니다. 비록 목표와는 관련 없는 것처럼 보이더라도.진심을 다해 일할 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데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더라구요. 그리고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있어요. 그 분들이 내 꿈과 인생에 도움을 주기도 해요. 언제나 중요한 것은 내가 선택한 순간에 진심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