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 FDA 신속승인 겸상적혈구빈혈藥 임상 3상 실패

[이우상의 글로벌워치]위약 대비 효능 입증 못해
"추가 데이터 분석해 발표할 것"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속승인을 받아 출시된 노바티스의 겸상적혈구빈혈증 치료제 ‘아닥베오(Adakveo)’가 임상 3상에서 실패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노바티스는 지난 27일(미국 시간) 아닥베오(성분명 크리잔리주맙)의 임상 3상 초기 데이터를 발표했다. 1년 동안 추적한 결과, 아닥베오와 위약을 투여한 환자들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노바티스 관계자는 “아닥베오가 효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던 임상 2상 결과와 일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닥베오는 2019년 FDA로부터 신속승인, 2020년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아 미국 및 유럽에 시판됐다. 아닥베오는 겸상적혈구빈혈증 환자들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주요 원인인 혈관폐쇄위기(VOC)의 발병률을 감소시키기 위한 약이다. 겸상적혈구빈혈증 환자들은 적혈구의 모양이 일반적인 원반형이 아니라 낫 모양이다. 때문에 적혈구가 서로 얽히며 혈관을 막는다. 갑작스런 빈혈이 오거나 통증 및 숨가쁨이 발생할 수 있고, 폐 모쇄혈관 폐색으로 발전해 급성 흉부 증후군이 오거나, 비장이나 간이 급격하게 비대해지는 경우도 있다.

아닥베오는 임상 2상 결과를 토대로 FDA의 신속승인을 받았다. 2상에 따르면 체중 1kg당 아닥베오 5㎎을 투약한 환자군은 위약군 대비 연간 혈관폐색 비율이 45% 낮았다.

FDA의 신속승인 후 노바티스는 겸상적혈구 빈혈증 환자 254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NCT03814746)을 실시했다. 환자는 물론, 임상 의료진과 데이터 분석가까지 투약한 약물이 신약인지 위약인지 알 수 없도록 이중 눈가림해 시험의 신뢰도를 높였다.노바티스는 2상에서 사용했던 5㎎ 외에도 7.5㎎으로 투여량을 증량한 환자군을 추가해 3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노바티스 측에서 밝힌 결과에 따르면 투여량과 관계없이 대조군 대비 유의미한 효능을 확인하지 못했다.

효능 데이터는 앞선 2상 연구결과와 달랐지만, 안전성은 2상에서 보고한 내용과 일치했다.

노바티스 관계자는 “임상 3상의 추가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진행되는 동안 아닥베오의 사용에 대해 의료진이 결정을 내릴 때는 약의 이점과 위험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아닥베오는 노바티스가 2016년 미국 셀렉시스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해 확보한 신약이다. 인수 비용은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 및 기술사용료(로열티)에 따라 달라지며 최대 6억6500만달러다.

아닥베오는 지난해 1~9월 동안 1억4300만달러(약 1759억)어치가 판매됐다.

겸상적혈구빈혈증 환자는 미국에서만 10만명에 이른다. 미충족 수요가 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심을 갖고 접근하고 있는 질환이다. 화이자도 지난해 겸상적혈구빈혈증 치료제 ‘옥스브리타’를 보유한 글로벌블러드테라퓨틱스(GBT)를 54억달러에 인수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