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해제] 마트 내 개방형 약국은?…"지침 알쏭달쏭"

출입문·유리벽으로 분리 안돼 지침 '애매'
사건팀 =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 의무가 풀린 30일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에선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를 두고 혼란이 빚어졌다. 이 대형마트 지하 2층에 입점한 약국은 출입문이나 유리벽으로 공간이 분리되지 않고 개방형으로 영업하는 형태인 탓이다.

보건당국의 지침에 따르면 마트 안에선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지만 의료시설인 약국에선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이 약국은 마트 계산대와 마주 보고 있어 마트 계산대를 나와 바로 약을 살 수 있는 구조였다. 이 약국에서 일하는 이지만(66)씨는 "마트 통로를 지나갈 때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데 약을 사러 올 때는 갑자기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정부 지침이 두루뭉술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손님에게 마스크를 써달라고 하면 화를 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오늘은 첫날이라 마스크를 쓰는 분위기지만 며칠 지나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마트를 찾는 손님이 많아질 텐데 혼란스러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45분간 이 약국을 찾은 9명은 모두 마스크를 썼다.

이곳에서 약을 산 오모(64)씨는 "마트 안 약국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는 줄 몰랐다"며 "일반 약국은 출입문이라도 있지만 마트 안 약국은 공간이 연결돼 있어 공기도 같은 공기 아니냐"고 했다.

이 약국에 들른 김시영(82)씨 역시 "마트에선 벗고 약국에서는 쓰라는 게 웃기고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 이날 마트를 찾은 김혜원(29)씨는 "약국은 환자가 찾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출입문이 따로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약국 반경 2m까지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식의 구체적 방침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주문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 지하 2층에 있는 다른 약국도 마트 계산대와의 거리가 불과 10m 떨어져 있었다.

이 약국 역시 칸막이나 벽, 출입문으로 공간이 분리돼 있지도 않았다.

이날 오전 마스크를 쓴 채 이 약국을 찾은 정영일(57)씨는 대형마트와 마트 내 약국에서 착용 지침이 다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약국을 찾는 사람들이 기저질환자나 감염취약자가 많아서 마스크를 쓰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약국 약사 안모(44)씨는 "마트 안 약국 지침과 관련해 혼선이 있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지침상 약국에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면 이곳에서도 착용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이 약국이 문을 연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 동안 약국을 찾은 시민 9명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뻥 뚫린 약국 카운터를 찾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