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 국방장관 "푸틴, 러시아제국 영광 회복 숙명으로 여겨"

로버트 게이츠, NBC 대담서 우크라 침공 동기 진단
"푸틴, 서방지원 약해지고 물량공세 통하리라 생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벌인 것은 그가 과거 러시아 제국의 영광을 되찾는 숙명을 갖고 있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이 말했다. 게이츠 전 장관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방송 NBC의 대담 프로그램인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벌인 이유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06~2011년 미국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푸틴은 과거 러시아 제국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옛 영토를 되찾는 것을 자신의 비전으로 삼았다"며 "그는 과거의 러시아 제국을 다시 건설하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나의 오래된 멘토인 즈비그니에프 브제진스키도 '우크라이나가 없으면 러시아 제국도 없다'는 말을 하곤 했다"라며 "이렇듯 푸틴은 우크라이나 땅을 되찾는 데 혈안이 돼 있고, 계속 그러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제진스키는 폴란드계 미국인 학자로 린든 존슨,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의 외교 정책 자문 등을 역임했다.

게이츠 전 장관은 "푸틴 대통령은 결국 시간은 자신의 편이고, 미국이나 유럽 등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언젠간 약해질 것으로 믿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군이 제대로 훈련되지 않고 장비도 열악한 군을 계속 전선에 투입하는 것에 대해 게이츠 전 장관은 "이는 러시아군의 오래된 방식으로, 결국 물량 공세가 통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조언을 할 수 있었다면 어떤 것을 했겠느냐는 질문에 "많은 군사 지원이 좀 더 일찍 이뤄질 수 있었다는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미국이 지원을 결정한 에이브럼스 탱크의 경우 그곳에 도착하기까지 6개월이나 1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작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전투가 최근 동부와 남부 전선에서 소강상태를 보인 가운데, 그동안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밀린 러시아군이 대공세를 준비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서방국들도 첨단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등 화력 보강을 돕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