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바나나·운석에 맞은 교황…권위·고정관념 비튼 작가 카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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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서 한국 첫 개인전…2011년 미국 구겐하임전 이후 최대 규모2019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트페어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바나나 1개를 덕트 테이프로 벽에 붙여 놓은 작품 '코미디언'이 12만달러(약 1억4천만원)에 팔렸다.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이 작품은 바나나를 벽에 붙여 놓기만 했는데 고가에 팔린 것도 화제였지만 이후 미국의 행위예술가가 전시 현장에서 바나나를 배가 고프다며 먹어버려 또 한 번 관심을 끌었다.
도발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작품으로 권위를 비틀고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작가 카텔란의 한국 첫 개인전이 31일부터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린다.
자신의 모든 작품을 공중에 매달았던 2011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회고전 이후 카텔란 전시 중에서는 최대 규모로, 조각과 설치, 벽화, 사진 등 총 38점을 선보인다.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카텔란은 여러 직업을 경험한 뒤 가구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미술계에 발을 디뎠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은 기존 미술의 틀에 갇히지 않은 작업의 배경이 됐다.
이번 전시에는 카텔란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작품들이 여럿 나왔다.운석에 맞아 바닥에 쓰러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모습을 묘사한 '아홉 번째 시간'과 바닥에 공손히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히틀러를 표현한 '그'는 쉽게 언급하기 어려운 인물들을 과감하게 공개 장소로 끌어낸다.
권위에 대한 도전일 수도, 종교에 대한 비판일 수도 있는 이 작품들은 전시될 때마다 장소와 맥락에 따라 다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말 그대로 미술관 바닥을 뚫고 올라와 관객을 바라보거나('무제') 침대에 나란히 누운 2명의 남성('우리') 속 남자는 모두 카텔란 자신이다.
두 손에 연필이 박힌 채 책상 앞에 앉은 소년('찰리는 서핑을 안 하잖나')은 어린 시절 카텔란의 모습이다.
바나나 작품 '코미디언'도 볼 수 있다.
그저 바나나를 붙여 놨을 뿐인데 고가에 팔려나갔다는 것 자체로 별다른 설명 없이 미술 시장의 현실을 조롱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시 기간 바나나의 색이 변하거나 테이프의 접착력이 떨어지면 새 바나나와 테이프로 교체된다.작가의 또 다른 모티프는 죽음이다.
온통 붉은 카펫이 깔린 2층 전시장에 놓인 9개의 흰색 조각 '모두'는 보는 것만으로 바로 시신을 연상시킨다.
기념비에 쓰이는 카라라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이미 지난해 일찍 선정됐지만, 자연스레 전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발생했던 참사를 떠올리게 돼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작품 배치도 전시장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깬다.
갑자기 어디선가 들리는 드럼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어보면 전시장 위쪽 천장 아래 북 치는 소년이 앉아있다.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속 스스로 성장을 멈춘 소년 '오스카'다.
로비부터 천장, 바닥 등 전시장 곳곳에 놓인 비둘기는 자연사한 실제 비둘기를 박제한 것으로 '유령'이란 작품이다.
미술관 입구에 웅크리고 누워있는 노숙자도 '동훈과 준호'라는 이름의 조각이다.미술관 로비 벽에 있는 엔씨소프트와 코오롱스포츠의 광고도 작품의 일환이다.
1993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초청된 카텔란이 당시 자신에게 주어진 전시공간을 이탈리아 향수 회사에 팔아 광고를 하게 하고 그 자리에 '일하는 것은 나쁜 것'이란 제목을 붙였던 일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1999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전시할 당시에는 갤러리 대표를 전시장 벽에 테이프로 붙여놔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모습은 이번 전시에서 사진으로 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카텔란은 유머의 힘으로 진지하고도 심각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비틀며 신선한 자극을 던져온 작가"라면서 "'도발하는 작가'는 맞지만, 도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토론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전시는 7월16일까지. 무료 예약 관람./연합뉴스
도발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작품으로 권위를 비틀고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작가 카텔란의 한국 첫 개인전이 31일부터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린다.
자신의 모든 작품을 공중에 매달았던 2011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회고전 이후 카텔란 전시 중에서는 최대 규모로, 조각과 설치, 벽화, 사진 등 총 38점을 선보인다.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카텔란은 여러 직업을 경험한 뒤 가구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미술계에 발을 디뎠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은 기존 미술의 틀에 갇히지 않은 작업의 배경이 됐다.
이번 전시에는 카텔란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작품들이 여럿 나왔다.운석에 맞아 바닥에 쓰러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모습을 묘사한 '아홉 번째 시간'과 바닥에 공손히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히틀러를 표현한 '그'는 쉽게 언급하기 어려운 인물들을 과감하게 공개 장소로 끌어낸다.
권위에 대한 도전일 수도, 종교에 대한 비판일 수도 있는 이 작품들은 전시될 때마다 장소와 맥락에 따라 다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말 그대로 미술관 바닥을 뚫고 올라와 관객을 바라보거나('무제') 침대에 나란히 누운 2명의 남성('우리') 속 남자는 모두 카텔란 자신이다.
두 손에 연필이 박힌 채 책상 앞에 앉은 소년('찰리는 서핑을 안 하잖나')은 어린 시절 카텔란의 모습이다.
바나나 작품 '코미디언'도 볼 수 있다.
그저 바나나를 붙여 놨을 뿐인데 고가에 팔려나갔다는 것 자체로 별다른 설명 없이 미술 시장의 현실을 조롱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시 기간 바나나의 색이 변하거나 테이프의 접착력이 떨어지면 새 바나나와 테이프로 교체된다.작가의 또 다른 모티프는 죽음이다.
온통 붉은 카펫이 깔린 2층 전시장에 놓인 9개의 흰색 조각 '모두'는 보는 것만으로 바로 시신을 연상시킨다.
기념비에 쓰이는 카라라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이미 지난해 일찍 선정됐지만, 자연스레 전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발생했던 참사를 떠올리게 돼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작품 배치도 전시장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깬다.
갑자기 어디선가 들리는 드럼 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어보면 전시장 위쪽 천장 아래 북 치는 소년이 앉아있다.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속 스스로 성장을 멈춘 소년 '오스카'다.
로비부터 천장, 바닥 등 전시장 곳곳에 놓인 비둘기는 자연사한 실제 비둘기를 박제한 것으로 '유령'이란 작품이다.
미술관 입구에 웅크리고 누워있는 노숙자도 '동훈과 준호'라는 이름의 조각이다.미술관 로비 벽에 있는 엔씨소프트와 코오롱스포츠의 광고도 작품의 일환이다.
1993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초청된 카텔란이 당시 자신에게 주어진 전시공간을 이탈리아 향수 회사에 팔아 광고를 하게 하고 그 자리에 '일하는 것은 나쁜 것'이란 제목을 붙였던 일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1999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전시할 당시에는 갤러리 대표를 전시장 벽에 테이프로 붙여놔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모습은 이번 전시에서 사진으로 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카텔란은 유머의 힘으로 진지하고도 심각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비틀며 신선한 자극을 던져온 작가"라면서 "'도발하는 작가'는 맞지만, 도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토론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작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전시는 7월16일까지. 무료 예약 관람./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