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재 공급계약 '신기록'…포스코케미칼, 배터리시장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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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조 잭팟' 터졌다포스코케미칼이 삼성SDI와 대규모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을 놓고 배터리업계에선 예정된 수순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을 계기로 2차전지 광물과 소재 전반에 걸친 밸류체인을 보유한 포스코그룹의 몸값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탈(脫)중국화’와 병행한 안정적인 소재 공급망 확보가 배터리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中 의존도 낮추는 배터리업계
소재 확보한 포스코그룹 주목
LG엔솔 이어 삼성SDI와도 협력
삼성·에코프로 밀월관계에 균열
배터리·소재업체 합종연횡 가속
○소재 내재화 나선 포스코그룹
중국산 원자재와 부품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내 공급망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IRA의 핵심이다.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은 제련 시장에서 리튬 44%, 코발트 75%, 니켈 69%, 망간 95%를 점유하고 있다. 음극재에 쓰이는 흑연 공급 비중은 채굴 시장에선 64%이며 제련 시장에선 천연흑연 100%, 인조흑연 69%에 달한다.이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배터리 업체들은 2차전지 광물과 소재 전반에 걸친 밸류체인을 보유한 포스코그룹에 주목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 지분을 투자한 리튬, 니켈 광산 등으로부터 광물을 공급받는다. 포스코홀딩스는 호주에서 니켈 광산, 아르헨티나에서 리튬 염호를 개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업체에 의존했던 광물 제련·가공 작업도 국내 및 해외 공장을 통해 내재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양대 자동차업체인 포드가 포스코그룹과 양극재 공급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포스코케미칼도 양극재 매출의 95% 이상을 LG에너지솔루션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신규 고객 발굴이 절실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고객 다변화를 원한 포스코케미칼과 탈중국화 및 안정적인 배터리 소재 조달을 희망한 삼성SDI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밝혔다. 김준형 포스코케미칼 사장은 “삼성SDI와 긴밀한 협력으로 배터리소재 글로벌 시장 리더로서의 지위를 더욱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영원한 적도 우군도 없다”
포스코케미칼과 삼성SDI의 전격적인 동맹으로 배터리업계의 합종연횡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이번 포스코케미칼과의 협력으로 장기간 확고한 신뢰관계를 확보함으로써 규모 있는 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삼성SDI는 그동안 국내 1위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그룹과 밀월 관계를 유지해왔다. 에코프로그룹의 양극재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은 2012년 삼성SDI로 거래처를 확대하려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거래가 끊겼다. 이후 삼성SDI와 양극재 합작사인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하는 등 삼성SDI에 양극재를 주력 공급하고 있다.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은 사석에서 삼성SDI를 영원한 파트너라고 부를 정도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비즈니스에서 영원한 우군도 적도 없다는 방증”이라며 “이번 계약을 계기로 자동차업체와 국내 소재업체 간 굳어졌던 기존 합종연횡의 틀이 깨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에코프로비엠과 삼성SDI는 향후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조만간 추가 양극재 공급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배터리업계에선 포스코케미칼이 삼성SDI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과 추가 공급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포스코그룹은 2012년 LG화학에 양극재를 공급하기 시작한 후 10년 넘게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강경민/김형규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