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라면서 발암물질 나와" 뒤집힌 대만…실상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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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미량 유해물질' 문제삼은 대만대만에 이어 태국도 수출용 한국 라면 제품의 유해물질 검출을 이유로 검사에 착수한 가운데, 실제로는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이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는 학계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 나라가 과도한 잣대를 들이대 급성장하는 한국 라면을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 '라면 2-CE 검출 의견서'
"유럽 연구소서 우려할 수준 아니란 결론 내려"
"실제론 발암물질 검출 아닌데 과도한 기준 적용"
앞서 대만 위생복리부 식품약물관리서(식약서)는 농심의 수출용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 제품에서 에틸렌옥사이드(EO)가 기준치를 초과했다며 1000상자 1128㎏을 반송·폐기 조치했다. 태국 식품의약청도 동일 제품 3000개를 수거해 EO 검출 가능성을 조사 중으로 알려졌다.이와 관련해 30일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이 내놓은 ‘라면 2-클로로에탄올(2-CE) 검출 사건에 대한 의견서’는 이번 사안에서 크게 두 가지 오해가 있다고 짚었다. 대만 당국이 문제삼은 EO가 실은 2-CE이며, 검출량이 미미해 인체에 위험한 수준이 아닌데도 2-CE를 EO 수치로 환산해 과도한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한국 라면서 '발암물질' 나왔다? 실은 EO 아닌 2-CE
EO와 2-CE는 다른 물질이다. EO는 국제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미국 독성물질 관리 프로그램상 ‘K등급’을 받아 인체 발암원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2-CE는 유해물질이긴 하나 발암물질은 아니다. 농약 성분인 EO의 부산물(대사산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토양이나 환경에도 천연으로 존재해 일정 농도 검출될 수 있다.해당 분야 학계 인사들로 구성된 식품안전연구원은 의견서에서 “유럽연합(EU)은 2-CE를 EO의 대사산물로 보고 검출된 EO와 2-CE 합을 EO로 표시한다. 유럽에 수출한 한국 라면에서 2-CE가 검출돼 회수 조치되긴 했지만, 잔류량이 워낙 미량이라 독일 연방위해평가연구소(BfR) 평가 결과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란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한 뒤 “이를 알면서도 대만이 흠집 내기에 나선 것이다. 대만이 라면 스프에서 검출했다고 하는 EO는 사실 2-CE”라고 덧붙였다.2-CE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위해성 평가 결과 ‘인체 노출 안전기준’(일일 체중 ㎏당 0.824㎎) 대비 1일 추정 노출량이 전 연령대에서 0.3%, 3~6세의 영·유아는 0.8%가량에 불과해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식약처는 식품 중 2-CE의 잠정기준을 30ppm(㎎/㎏), 영유아 대상 식품에는 10ppm을 적용했다.
국내 기준상 문제가 되지 않을뿐더러 미국과 캐나다는 참깨·향신료·건조허브류·건조채소류 등의 2-CE 잔류 허용 기준치가 이보다 훨씬 높은 940ppm이라고 연구원은 부연했다. 미국·캐나다는 EO를 자국 농산물 수확 후 처리제로 허용하기 때문에 기준치가 관대한 편이긴 하지만, 이 역시 위해성 평가 결과 인체에 안전하다고 인정받은 수치다.
美기준치 940ppm인데…동일 기준 대만은 0.055ppm
이에 비해 대만의 EO 기준치(2-CE 환산 포함)는 0.055ppm으로 극히 낮다. 대만 식약서가 문제삼은 농심 제품의 경우 해당 기준치를 0.02ppm 초과했다. 농심은 스프 원료에서 EO가 아닌 2-CE가 검출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해명했었다.각국 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유해물질 논란으로 번졌다고 볼 여지도 있다.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3.5% 증가한 7억6543만달러(9453억원)에 달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대만(3045만달러)은 중국 미국 일본 필리핀에 이은 한국 라면 수출 5위국이다. 농업 강국인 미국과 EU가 EO 사용 여부로 대립하면서 관련 기준치가 극과 극으로 갈리듯, 대만 역시 자국 라면 기업에 유리하도록 한국 라면을 견제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
식품안전연구원은 2012년 라면 벤조피렌 검출이 이슈가 되자 해외 국가들이 한국 라면을 대규모 회수 조치했던 것을 거론하며 “당시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라면 수출에 피해를 입은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인체 위해성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인데 한국 라면을 견제하는 다른 나라의 ‘전략적 노이즈’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