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끝났는데 퇴거하시죠"…착한임대인 끝낸 곳

美블랙스톤, 부동산펀드 환매 압박에 수익 모색
세계 최대 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이 미국 전역의 임차인 수백 명을 상대로 퇴거 집행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블랙스톤은 최근 투자자들의 부동산 펀드 환매 압박으로 부분 환매 중단까지 선언하는 등 자금난을 겪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플로리다주 법원의 기록을 입수해 "블랙스톤 산하 부동산회사들이 작년 8월부터 매달 수십 명의 세입자들을 상대로 퇴거를 강제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이어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랙스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때 도입한 임대료 유예 프로그램도 완전히 폐지했다. 임대료 유예 프로그램은 당시 한국에서 펼쳐진 착한임대인 운동과 비슷한 취지로 마련됐다.블랙스톤 관계자들은 또 캘리포니아의 지역 정치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앞으로 캘리포니아주의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퇴거 요청을 늘릴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스톤은 미국 내에서 최대 규모 임대인으로 꼽힌다. 특히 코로나19 직격탄으로 헐값 매물이 됐던 아파트, 공동주택, 대학교 기숙사, 오피스, 물류센터 등 다양한 부동산 자산을 대폭 늘렸다.

블랙스톤이 운용 중인 대표적인 부동산 펀드로는 미국 부유층을 상대로 모집한 1250억달러 규모의 브라이트(Breit) 등이 있다. 하지만 미국 부동산 시장의 장기적인 건전성을 우려한 브라이트 투자자들이 작년 말 대거 환매(투자금 상환) 요청을 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이들은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하고 집값이 폭락하는 부동산 시장 급랭을 우려하고 있다.

실적난과 자금난에 시달리던 블랙스톤은 "인출 요청 규모가 기준을 넘어섰다"며 "환매 요청을 43%까지만 받아들이겠다"고 대응했다. 세계 최대 운용사의 부분 환매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블랙스톤의 부동산 투자 부문 임원은 최근 한 화상미팅에서 "임차인들에 대한 퇴거 압박을 재개하고 있으니 부동산 포트폴리오의 현금흐름이 조만간 안정화될 것이다"며 직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