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사무실 가니, 난 휴양지로 출근한다…ICT업계 '워케이션 오피스' 확산

LGU+, 내달부터 정식 운영
기존 거점오피스와는 차별화
리조트 등서 근무 후 현장 퇴근
SKT, 워커힐호텔에 오피스 마련

업무 능률·근로 만족도 ‘두 토끼’
협업툴 등 새 인프라 테스트베드
새로운 먹거리 발굴 기회 역할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워케이션(휴가지 원격 근무)’ 오피스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도심 빌딩을 벗어나 각종 명소에서 머리를 식히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취지다.

28일 ICT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다음달부터 워케이션 오피스를 정식 운영한다. 산이나 바다 근처 휴양지에서 근무하고, 업무 시간이 끝나면 그곳에서 개인의 삶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강원 강릉 안목해변 인근의 한 호텔과 경기 이천 곤지암리조트에 워케이션 오피스를 마련했다.이 오피스는 개인부터 팀 단위까지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프로젝트의 태스크포스(TF)나 팀 구성원이 협업 과정에서 쓸 수 있다. 직원이 워케이션 오피스에서 가족과 묵기 위해 신청할 수도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달 한 달간 워케이션 오피스를 시범 운영하고, 구성원의 피드백을 받아 정식 운영 과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달 초엔 사내 게시판을 통해 워케이션 오피스 이름을 공모하기도 했다.

워케이션 오피스는 기존 LG유플러스가 운영하는 거점오피스와 차별화됐다. LG유플러스는 서울 마곡사옥, 경기 과천국사, 경기 판교 등에 거점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주변 환경 등의 이유로 재택근무가 어려운 직원, 장거리 통근이 힘든 직원, 외근이 많아 사무실을 잠깐씩만 쓰면 되는 직원 등이 집에서 가까운 업무 공간을 활용해 보다 수월히 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에 비해 워케이션 오피스는 직원이 평소 생활·근무 환경과는 완전히 다른 곳에서 주변을 즐기며 일할 수 있는 구조다.SK텔레콤도 비슷한 워케이션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분산 오피스 중 한 곳을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 열었다. 아차산 자락에서 ‘한강뷰’를 보며 이용할 수 있는 오피스다. SK하이닉스, SK스퀘어 등 SK 계열 ICT 직원도 함께 쓸 수 있다.

이들 기업은 워케이션 오피스를 통해 직원의 긍정적 경험을 살리고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색다른 환경에서 근무하면서 업무 창의성을 발휘하고, 일이 끝나면 머리를 식히며 삶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업무 능률과 근로 만족도를 두루 올린다는 얘기다.

이 같은 긍정적인 경험이 축적되면 회사에 대한 로열티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워케이션 오피스가 단순히 ‘편히 노는 곳’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의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 이상이 워케이션 제도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각 기업은 워케이션 오피스를 주요 기업간거래(B2B) 사업 테스트베드로도 보고 있다. 자사 통신·데이터 인프라, 클라우드, 보안 솔루션, 협업툴 등 B2B 사업 제품을 모두 워케이션 오피스에서 활용해보면서 실제 쓰임새를 따져 기능을 고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자체 가상화데스크톱인프라(VDI)를 기반으로 유플러스웍스(U+웍스), 미트유 등 각종 협업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클라우드 PC 협업툴 마이데스크, 영상통화 솔루션 미더스 등을 두고 있다.

한 ICT 기업 관계자는 “워케이션 오피스는 자체 협업툴뿐 아니라 자율 주도적 업무 체계 등 기업의 유·무형 인프라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곳”이라며 “원격근무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 자체가 통신사엔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