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웨이에 수출 전면 금지…한국으로 불똥튀나

미국이 자국 기업들의 중국 화웨이에 대한 수출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화웨이는 퀄컴과 인텔 등으로부터 핵심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보다 대(對)중 제재가 더 강화되는 모습이다.

화웨이에 수출 전면 중단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화웨이와 거래 중인 일부 미국 기업들에 더 이상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FT는 미국 정부의 이런 행보가 화웨이에 부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수순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계속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 상무부는 중국 반도체 생산 기업에 반도체 칩 수출을 제한하고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했다.

FT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보다 중국에 대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특히 첨단 기술 분야에서 그런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 5월 안보상의 이유로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할 때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2020년 5월부터는 미국의 장비를 사용해 부품을 생산한 외국 기업들에도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할 때 미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최첨단 기술과 무관한 부품이나 기술에 한해선 화웨이에 수출하는 것은 허가했다. 퀄컴은 화웨이에 스마트폰의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공급 중이다. 인텔과 AMD는 화웨이 노트북 프로세서를 수출하고 있다.


"5월부터 화웨이 제재 시작"

블룸버그통신은 일부 소식통을 인용, 화웨이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가 올 5월에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정부가 화웨이를 '수출통제 명단'에 올린 지 4주년이 되는 때다. 다만 소식통들은 블룸버그에 "현재 논의는 초기 단계 수준으로 미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언제 이뤄질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부품 공급을 금지하면 미국 기업들의 수출길은 막히게 된다. 하지만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기업들은 화웨이에 부품을 계속 수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제재도 반도체 수출 규제처럼 다른 나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일본과 네덜란드에도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통제를 따르도록 압박했다. 이에 일본과 네덜란드는 이달 27일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방침에 동참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2020년에 미국이 아닌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장비나 기술이 사용됐다면 화웨이에 수출하는 것도 금지했다.

다만 이번 조치가 실행되더라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퀄컴과 인텔, AMD 등의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1% 이하다. 화웨이도 미국의 제재 영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2021년만 해도 화웨이 매출은 미국 제재 타격으로 전년에 비해 29% 급감했다. 하지만 미국 부품 의존도가 높은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업 비중을 줄이고 통신장비 분야를 키우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은 6369억위안(116조원)으로 2021년보다 0.02% 증가했다.

통신장비 부문에선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21년 기준 화웨이의 글로벌 5G 시장 점유율은 28.7%로, 2위 스웨덴 에릭슨(15%)의 2배 가까이 된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