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국 역도 최우수선수' 김수현 "웃으니까, 되더라고요"

10월 전국체선에서 한국新·12월 세계선수권서 합계 3위
지난해 12월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여자 76㎏급 시상식에서 김수현(28·부산시체육회)은 밝은 표정과 화려한 제스처로 시상대에 올라섰다. 국제역도연맹(IWF)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김수현의 시상식을 소개할 만큼 경쾌한 세리머니였다.

31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역도연맹 2022년 우수선수·단체·유공자 시상식'에서 만난 김수현은 "세계선수권에서 남자친구가 사준 태극기 머리핀을 달고 경기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즐겨보자'라는 마음으로 플랫폼에 섰다"며 "즐기니까, 몸에 쓸데없는 힘이 사라졌다. 정말 즐겁게 경기했고, 결과도 잘 나왔다"고 특유의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김수현은 지난해 12월 14일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대회 여자 76㎏급 경기에서 인상 108㎏, 용상 137㎏, 합계 245㎏을 들었다.

인상에서는 4위에 머물렀지만, 용상에서 3위에 오르며 가장 중요한 합계에서도 3위를 했다. 합계 기록만으로 순위를 가리는 올림픽, 아시안게임과 달리 세계역도선수권에서는 인상, 용상, 합계 3개 부문 모두 시상한다.

김수현은 2021 세계선수권에서는 합계 239㎏(인상 105㎏·용상 134㎏)으로 5위에 그쳤다.

당시 대회에서 김수현은 용상에서만 동메달을 땄다. 그러나 올해에는 용상과 합계에서 메달 두 개를 수확했다.

대한역도연맹은 김수현을 2022년 여자부 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김수현은 "아, 내가 최우수선수라니"라고 또 한 번 밝은 에너지를 뿜으며 "2022년은 정말 행복했다"고 지난해를 돌아봤다.
지난해 김수현은 경기장 안팎에서 자주 웃었다.

2022년 5월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국가대표 가왕선발전'에서 김수현은 2위를 했다.

이후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노래 실력을 뽐냈다.

'역도계 마당발'이었던 김수현의 인맥이 더 넓어졌다.

즐거운 기운은 플랫폼 위에서도 이어졌다.

김수현은 10월 전국체전 여자 일반부 76㎏급 용상 3차 시기에서 143㎏을 들어 자신이 2021년 실업회장배에서 작성한 142㎏을 1㎏ 넘어선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인상에서도 109㎏을 든 김수현은 인상, 용상, 합계(252㎏) 등 3개 부문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수현이 전국체전에서 3관왕에 오른 건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12월 세계선수권에서는 '메이저 대회 징크스'도 떨쳐냈다.

김수현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위에 그쳤고, 2021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미세한 차이'로 실격당했다.

세계선수권에서도 합계 메달을 딴 적이 없었다.

그러나 2022 세계선수권에서 3위에 오르면서 "나는 큰 대회에 약한가"라는 불안감을 떨쳐냈다.

김수현은 "그동안 국제대회를 치를 때마다 너무 진지했다.

틀에 갇힌 선수였다"며 "지난해 세계선수권을 치르면서 조금 더 자유롭게 준비하고, 경기해도 좋은 성과가 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2023년과 2024년, 중요한 대회가 이어진다.

2023년 가을에는 9월 2∼17일 사우디아라비아 세계선수권, 9월 30∼10월 7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10월 13∼19일 전국체전이 차례대로 열린다.

세계선수권 외에도 5월 진주 아시아선수권 등 2023년에 열리는 국제대회는 2024년 파리올림픽 출전권 획득을 위한 포인트가 걸려 있어서, 쉴 틈이 없다.

김수현은 "정말 몸 관리가 중요한 해다.

큰 부상을 당하면 파리올림픽 출전권 획득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경계하면서도 "올해 가을에 중요한 대회 3개가 열린다.

즐거운 마음으로 다 잘 해내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2023년이 끝나면 '체급'에 관한 고민도 시작한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는 남자부 7체급(61㎏급, 67㎏급, 73㎏급, 81㎏급, 96㎏급, 109㎏급, 109㎏ 이상급), 여자부 7체급(49㎏급, 55㎏급, 59㎏급, 64㎏급, 76㎏급, 87㎏급, 87㎏ 이상급) 경기가 열린다.

그러나 2024년 파리올림픽은 남자 5체급(61㎏, 73㎏급, 89㎏급, 102㎏급, 102㎏ 이상급), 여자 5체급(49㎏급, 59㎏급, 71㎏급, 81㎏급, 81㎏ 이상급)으로 체급 수가 줄었다.

김수현은 "파리올림픽에서는 76㎏급 경기가 열리지 않으니 71㎏급 또는 81㎏급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일단 내년부터 81㎏급으로 체급을 올려서 파리올림픽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76㎏급 선수' 김수현에게는 무척 불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김수현은 "장미란 선배를 보고서 역도를 시작했다. 미란 언니처럼 세계를 제패하지 못하더라도 장미란의 후배답게 파리올림픽에서 꼭 시상대에 서고 싶다"며 "이 정도 역경은 있어야, 메달이 더 빛나지 않겠나"라고 밝게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