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규의 데이터너머] 20만·11만명…인구 감소 뭐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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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규 경제부 기자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인구가 쪼그라드는 모습이 각종 통계로 나타나고 있다. 인구 감소 진행 속도가 빨라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한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인구가 얼마나 줄고 있는지 정확히 살펴보기 위해 통계를 들여다보면 제시하는 기관과 통계 종류에 따라 숫자가 제각각이다. 주민등록 인구와 총인구의 차이가 대표적이다. 숫자상 차이는 현재는 작지만 어떤 통계를 근거로 삼아 인구 대책을 수립하느냐에 따라 향후 큰 차이를 불러올 수 있다. 자칫 인구 회복에 성공해도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허수’만 증가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 15일 한국의 2022년 주민등록 인구가 5143만903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21년 5163만8809명에서 19만9771명 줄었다는 것이다. 같은 달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에서는 1~11월 누적 인구 자연감소분이 10만7004명이었다. 지난해 연간으로는 12만여 명의 인구가 자연감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2021년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서는 2022년 한국의 총인구가 1년 전보다 11만6759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20만 vs 12만 vs 11만명
이 같은 차이가 생긴 것은 각 통계가 포괄하는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등록표에 기재된 사람을 ‘인구’로 보고 집계한다.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만 집계하는 것이다. 거주하는 공간의 제한은 없다. 국내에 살고 있는 것이 확인된 거주자, 사는 곳이 확인되지 않은 비거주자, 외국 영주권을 취득했거나 영주 목적으로 외국에 거주하는 재외국민 등이 포함된다.행안부는 장기 거주불명자를 직권으로 인구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이번에 감소한 19만 명 중 출생으로 새로 주민등록이 된 인원과 사망으로 말소된 차이인 자연감소는 11만8003명, 장기 거주불명자 직권말소는 10만1938명이었다.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총인구는 국내 거주 여부가 중심이다. 한국인이더라도 해외에 있는 재외국민은 인구에서 제외한다. 반면 한국 국적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라면 한국의 인구로 본다.
통계 잘못 활용하면 '인구 착시'
이 같은 차이 때문에 어떤 통계를 기준으로 대책을 수립하느냐에 따라 정책 방향이 달라진다. 총인구를 늘리기 위해선 저출산 해소 외에 이민 확대라는 방법이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더 유입시키면 총인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이주한 외국인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는 한 주민등록 인구는 늘어나지 않는다.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한국인의 출산을 늘리는 것이 핵심적인 인구 해법이 된다. 하지만 이 경우 해외에 거주하며 영주권을 취득해 실질적으론 국내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도 인구가 늘어나는 착시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인구 회복에 성공했는데도 정작 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그러나 두 통계는 연결돼 있다. 통계청은 과거 모든 가정을 방문해 인구총조사를 했지만 2015년부터는 주민등록 인구 등 각종 행정자료를 통계적 목적으로 보완해 총인구를 집계한다. 주민등록 인구는 국민이 지연 신고하거나 연령, 거주지 등을 실수 또는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신고하더라도 보정이 어렵다. 결국 총인구를 타깃으로 인구 대책을 짜더라도 주민등록 인구의 정확성 확보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통계적 차이와 상관없이 공통된 현실이 있다. 인구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인구 재앙의 골든타임이 5년도 채 남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시급한 대책 마련과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