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소설가] FT "세계 휩쓸 이야기" 천명관 대표소설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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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소설가 천명관(59·사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골프 가게 점원, 보험 외판원으로 일하며 20대를 보냈다. 서른 넘어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극장 입회인, 영화사 직원을 거쳐 시나리오 작가가 됐다. ‘총잡이’ ‘북경반점’은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영화감독의 꿈은 요원했고, 생계는 막막했다. 그때 동생이 권했다. 소설을 써보라고.
태어나 처음 쓴 단편소설인 ‘프랭크와 나’가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당선됐다. 이듬해 펴낸 장편 <고래>는 단번에 평단과 독자를 사로잡았다.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았고 10만 부 넘게 팔렸다. 문단에선 “천재가 나타났다”는 말이 나돌았다.이후 <고령화 가족> 등을 썼지만 <고래>는 여전히 대표작으로 남아 있다. 산골 소녀에서 소도시의 기업가로 성공하는 금복의 일대기를 다룬 이 소설은 파격적이다. 신화적 상상력, 민담, 사회 괴담, 무협지적 요소를 능수능란하게 넘나들면서 엄청난 입담으로 몰입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고래>가 오는 4월 미국에서 영어로 출간된다. 책을 미리 접한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박찬욱의 영화부터 가와구치 도시카즈의 책까지 동아시아의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이 책이 그 물결의 정점에 선 것처럼 보인다”고 호평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