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파파이스' 다시 들여온 햄버거 전문가는 누구?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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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이스 한국 총괄 이문경 상무 인터뷰
햄버거 좋아하던 유학생에서 QSR 전문가로
한국 맥도날드서 맥런치·맥딜리버리 등 선보여
파파이스 한국 철수와 재런칭 작업 모두 맡아
"파파이스의 강점은 추억…Z세대엔 신선함 줘"
“마케터에게 브랜드 인지도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가치입니다. 파파이스가 한국에 다시 들어온다고 했을 때 자신있게 한국 총괄을 맡은 이유죠.”이문경 파파이스 총괄책임(상무·사진)은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버거 시장에 쉐이크쉑 등 새로운 브랜드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지만 시골에있는 초등학생까지 알만한 브랜드는 많지 않다”며 “‘한 번 철수한 브랜드가 잘 운영되겠냐’는 비판에도 재진출 작업 총괄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20년 경력의 QSR 전문가
90년대 후반 햄버거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이문경 상무의 주식(主食)은 햄버거였다. 햄버거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는 ‘햄버거와 관련된 직업을 선택해 내가 원하는 햄버거를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2003년 햄버거 퀵서비스레스토랑(QSR) 업계에 발을 들였다. 지난 20년간 한국맥도날드, 한·중·일 버거킹, 한국 파파이스를 거치며 QSR 전문가로 성장했다. 신라교역은 2021년 파파이스 한국 사업권을 따낸 뒤 이문경 상무를 영입했다.2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햄버거는 끼니가 아닌 간식으로 여겨졌다. 소비자들에게 햄버거는 ‘고기를 끼운 빵’에 불과했다. 한국맥도날드 마케팅 담당자였던 이문경 상무는 소비자들이 햄버거를 한 끼 식사로 인식하게 해야 했다.
이 상무는 햄버거에 ‘가성비 끼니’ 이미지를 입혔다. 그는 “한 소비자가 ‘된장찌개 백반이 5000원인데 배불리 먹을 수 없는 햄버거 세트가 6000원이면 누가 사먹겠냐’고 지적한 적이 있었다”며 “가성비를 앞세운 3000원 세트메뉴를 출시하자 소비자들이 햄버거를 식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마케팅 업무 담당자로서 맥모닝, 맥런치, 맥딜리버리, 24시간 운영매장 런칭 작업에 참여하는 등 한국맥도날드에서 국내 QSR 업계 최초의 서비스들을 도입했다.버거킹에서는 콰트로 치즈 와퍼를 개발했다. 한국, 중국, 일본 버거킹에서 근무하면서 치즈는 모든 세대가 선호하는 식재료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상무는 “한국에서 콰트로 치즈 와퍼는 기존 클래식 와퍼보다 많이 판매됐다”며 “한국에서 미국 버거킹으로 역수출된 최초의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파파이스 철수와 재론칭 모두 맡아
이 상무가 거친 수많은 브랜드 중 파파이스는 특별한 존재다. 버거킹, 파파이스 등 글로벌 외식 프랜차이즈를 보유한 캐나다 기업 레스토랑 브랜드 인터내셔널(RBI)에서 근무할 당시 파파이스의 한국 철수 작업을 맡았던 그가 2022년에는 파파이스 한국 총괄로서 브랜드를 다시 들여왔기 때문이다.1994년 압구정에 1호점을 낸 파파이스는 한때 점포 수가 200개에 달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2000년대 들어 인기가 시들해졌고 결국 2020년에는 남은 매장 20여 곳의 문을 모두 닫았다. 2018년 2019년까지 RBI에서 시니어 컨설턴트로 재직중이었던 이문경 상무가 철수 작업을 담당했다.이문경 상무는 “버거 수요가 늘며 QSR 업계 경쟁이 심화했던 당시 한국 파파이스는 매장을 추가로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철수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서 한국 고객들이 파파이스를 그리워하는 반응을 보며 브랜드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회상했다.
新 파파이스 무엇이 달라졌나
새로운 파파이스의 무기는 ‘추억’이다. 이문경 상무는 철수 이후에도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파파이스를 기억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메뉴는 2000년대 초반과 비슷하게 유지하되 매장 인테리어에는 Z세대의 취향을 반영했다. 일종의 크로스마케팅(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종 업계 간 협업) 기법이다. 이 상무는 “‘아버지가 사 주신 파파이스 버거를 이제는 내 아이에게 사주고 있다’고 말하는 소비자들을 만날 때 가장 뿌듯하다”며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추억을 제품으로 만들어 전달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파파이스는 지난 31일 서울 강서구에 화곡역점을 냈다. 강남점, 구로디지털점에 이은 국내 세 번째 매장이다. 추후 매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런치, 모닝, 배달 등의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상무는 “한국 시장은 치킨에 대한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에 치킨 반죽을 수제로 만드는 등 ’홈메이드‘ 컨셉으로 공략할 것”이라며 “효율적인 주방 운영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