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인력 급증 '부메랑'…공공기관 채용 6년 만에 최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공공기관이 정규직 2만2000명을 신규채용하기로 결정했다. 2017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 정부에서 공공기관 채용을 과도하게 늘린 후폭풍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일부터 이틀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138개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2023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를 열고 올해 신규채용 계획을 밝혔다. 올해 채용 인원은 지난해(2만5542명) 보다 3500명 넘게 줄어든 규모다. 공공기관 신규채용은 2017년 2만2659명에서 2018년 3만3894명, 2019년 4만1322명으로 급증했다. 이후에는 계속 줄었다. 기재부는 지난 몇 년 동안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일부도 신규채용으로 집계돼 채용 규모가 커졌고, 이를 제외하면 2017~2022년 평균 신규채용 규모는 2만5000명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공공기관 정원이 지난 몇 년동안 급격하게 늘어 올해부터 채용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기관 채용 인력이 급증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다. 지난 정부에서 공공기관 비정규직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시작되면서 새 공공기관이 만들어졌고, 이들 기관은 수천 명의 인력을 채용했다. 한국도로공사서비스와 한전MSC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관은 2019년 이후 3년간 각각 6317명, 4973명을 정규직으로 뽑았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기존 공공기관들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대거 채용했다.

2018~2020년 시행된 '공공기관 자율정원 조정제도'도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 제도는 공공기관이 기재부 승인 없이 정규직 증원을 늘릴 수 있도록 했다. 당시 정부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이 제도를 유지하려했는데, 2020년 3월 제도를 조기 폐지했다. 당시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참여한 한 인사는 "공공기관의 인력 팽창 욕구를 견제할 장치가 없어지니 다들 채용 규모를 크게 늘렸다"고 전했다. 또 지난 정부가 공공기관 평가지표에 일자리 창출 항목 배점을 크게 늘린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 관계자는 "비대해진 공공기관 인력을 효율화하면서도 신규 채용 규모를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 했다"며 "2만2000명이라는 숫자는 많은 고심 끝에 나왔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공공기관 정원 44만9000명 중 2.8%인 1만2442명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인위적 구조조정이 아닌 퇴직이나 이직 등 자연감소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신규채용 규모 축소에 일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날 개회사에서 "그간 비대해진 공공기관을 효율화하면서도 신규채용 여력을 최대한 확보해 예년 수준에 채용 규모를 유지했다"며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최선의 목표로 삼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고졸 채용 비율을 지난해 7.5%에서 올해 8% 이상으로 늘리고, 장애인고용률은 법상 의무고용률(3.6%)보다 높은 4%대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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