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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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ESG] Editor's Letter블룸버그는 ESG 뉴스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대표적 글로벌 미디어입니다. 최신 논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자주 방문하곤 합니다. 블룸버그는 ESG 뉴스를 전문적으로 보도하는 ‘블룸버그 그린’이라는 별도의 채널을 운영하며 같은 이름의 오프라인 매거진을 매년 두 차례 발행합니다. 창업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은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가 출범할 때부터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한경ESG〉가 블룸버그와 제휴해 이번 호부터 일부 기사를 선별해 지면에 싣습니다. 글로벌 무대에서 펼쳐지는 긴박한 움직임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린워싱을 식별하는 4가지 방법’ 기사를 주목할 만합니다.
그린워싱은 기업에 매우 민감한 주제입니다. ESG 경영에 많은 자원을 쏟아부으며 노력해도 한 번 논란이 불거지면 안 하니만 못한 결과가 됩니다. 과장과 허위의 경계가 모호해 억울한 기업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친환경 주장을 신뢰하는 소비자가 그리 많지 않은 것 또한 현실입니다.
그린워싱 논란이 잇따르자 EU 집행위원회가 이를 막기 위한 규제 초안을 마련했습니다. 기업이 친환경이라고 홍보하는 데 사용하는 단어와 문구의 판단 기준을 제안한 것입니다. ‘2030년까지 50% 감축’이라는 표현은 비교 시점을 반드시 밝혀야 합니다. 2018년 대비 50% 감축과 1995년 대비 50% 감축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탄소중립’이라는 표현을 쓸 때도 신중해야 합니다. 신뢰도가 낮은 탄소상쇄에 의존할 경우 소비자를 오도하는 결과가 됩니다. 과욕과 조급함이 화를 부를 수 있습니다.그린워싱은 재생에너지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조달 수단으로 녹색 프리미엄 요금제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가장 많이 선택합니다. 녹색 프리미엄은 한전에 추가 요금만 지불하면 되므로 편리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애플은 국내 협력업체에 녹색 프리미엄 활용을 자제하라고 권고합니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REC에 대한 비판도 나옵니다. 이미 운영하고 있는 재생에너지발전소의 발전 실적을 사고파는 것이라 새로운 재생에너지 투자를 촉진하는 ‘추가성’이 낮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에너지전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대기 중 온실가스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REC가 배출량 감축을 과장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재생에너지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이 대안으로 꼽히지만, 국내는 아직 시행 초기인 데다 PPA를 체결할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도 부족합니다. 기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흐름을 반영한 단계적 조달 전략을 짜는 것이 최선입니다.
한때 그린워싱이 ESG를 좌초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린워싱 논란은 ESG가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는 촉진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그린워싱은 기업에 매우 민감한 주제입니다. ESG 경영에 많은 자원을 쏟아부으며 노력해도 한 번 논란이 불거지면 안 하니만 못한 결과가 됩니다. 과장과 허위의 경계가 모호해 억울한 기업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친환경 주장을 신뢰하는 소비자가 그리 많지 않은 것 또한 현실입니다.
그린워싱 논란이 잇따르자 EU 집행위원회가 이를 막기 위한 규제 초안을 마련했습니다. 기업이 친환경이라고 홍보하는 데 사용하는 단어와 문구의 판단 기준을 제안한 것입니다. ‘2030년까지 50% 감축’이라는 표현은 비교 시점을 반드시 밝혀야 합니다. 2018년 대비 50% 감축과 1995년 대비 50% 감축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탄소중립’이라는 표현을 쓸 때도 신중해야 합니다. 신뢰도가 낮은 탄소상쇄에 의존할 경우 소비자를 오도하는 결과가 됩니다. 과욕과 조급함이 화를 부를 수 있습니다.그린워싱은 재생에너지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조달 수단으로 녹색 프리미엄 요금제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가장 많이 선택합니다. 녹색 프리미엄은 한전에 추가 요금만 지불하면 되므로 편리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애플은 국내 협력업체에 녹색 프리미엄 활용을 자제하라고 권고합니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REC에 대한 비판도 나옵니다. 이미 운영하고 있는 재생에너지발전소의 발전 실적을 사고파는 것이라 새로운 재생에너지 투자를 촉진하는 ‘추가성’이 낮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에너지전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대기 중 온실가스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REC가 배출량 감축을 과장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재생에너지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이 대안으로 꼽히지만, 국내는 아직 시행 초기인 데다 PPA를 체결할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도 부족합니다. 기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흐름을 반영한 단계적 조달 전략을 짜는 것이 최선입니다.
한때 그린워싱이 ESG를 좌초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린워싱 논란은 ESG가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는 촉진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