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지방의회법 만들자" 목소리 나오는 이유는?

인사권 확보했지만, 예산·조직구성 권한은 없어 반쪽 독립
"독립된 법 만들어 권한 확보, 역할에 맞는 위상 보장"
"지방의회에 필요한 전담부서를 만들고 싶어도 예산과 조직편성권이 없으니 어려움이 많습니다. "
부산의 한 기초의회 관계자 A씨는 1일 지방의회가 사실은 '무늬만 독립된 기관'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방의회는 2020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의회 인력에 대한 인사권을 지자체로부터 가져오면서 독립성이 이전보다 커졌다.

하지만 예산과 조직편성권이 여전히 지자체에 남아 있어 확보된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는 게 A씨의 한탄이다. 일례로 지방의회에서 의원정수의 절반까지 '정책지원관'을 뽑을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이 바뀌었지만 부산 16개 구·군 의회 중 이들 정원을 채운 곳은 많지 않다.

정책지원관은 국회 보좌관처럼 자치입법과 예산심의, 행정사무 감사 등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A씨는 "부산 16개 구·군 중 10여 곳이 정원을 못 채운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자체가 예산과 조직편성권을 가지고 있다 보니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자체들은 기준인건비를 통해 인력 수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의회 인력을 늘려주려면 자체 인력을 줄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핵심적인 권한이 여전히 지자체에 있기 때문에 의회를 독립적인 기구로 보기 어렵다"면서 "지자체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의회가 사실상 종속된 구조여서 제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독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방자치법 개정 이후 전국의 지방의회에서는 '지방의회의 완전한 독립을 담은 지방의회법 제정'을 새로운 어젠다로 삼고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고 있다. 올해 전국 시·도의회 의장들이 신년 인터뷰 등에서 지방의회법 제정을 일제히 강조하며 나섰고, 부산 구·군의회들도 협의회 차원에서 지방의회법 제정 촉구 성명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경기 용인시의회, 충북 충주시의회, 괴산군의회, 증평군의회, 진천군의회 등 전국에서 제정 촉구 성명서가 잇따르기도 했다.

현재 관련 법안 등을 준비하기 위해 대한민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등이 물밑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장인 부산 금정구의회 최봉환 의장은 "국회가 '국회법'을 통해 권한과 책임이 정해지듯이 지방의회의 조직 운영과 예산편성 등도 '지방의회법' 제정을 통해 독립적이고 자주적으로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광역시 구·군의회 의장협의회 대변인인 남구의회 박미순 의장도 "자치분권의 양대 축인 지방의회가 견제와 균형이라는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제도적 기반으로 '지방의회법' 제정이 필요하다"면서 "지방의회의 조직구성권, 예산편성권 보장을 보장해 달라"고 주장했다. 박재율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집행부를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려면 인사권과 조직편성 권한도 독립해야 하는 것이 맞는다"라면서 "의회의 권한을 높이면서도 의정이 발전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의회의 투명한 정보공개, 주민 참여를 활성화하는 제도 등을 함께 논의해 관련 법률에 담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