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구타' 흑인 사망에 백인도 가담…美당국 은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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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갈등 차단' 의도란 해석 나와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20대 흑인 운전자를 집단 구타해 숨지게 한 경찰관 중 백인이 포함됐지만 당국이 이를 은폐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 20일 희생자 타이어 니컬스(29) 사망에 가담한 경찰관 5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또 이들이 모두 흑인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 5명 외 프레스턴 헴필이란 백인 경찰관도 가해자였던 것으로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차에서 니컬스를 강제로 끌어낸 것도, 니컬스에게 테이저를 쏜 것도 모두 헴필이었다. 경찰당국도 해당 보도 내용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헴필 외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경찰관도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됐다.
희생자 유족을 대리하는 인권변호사 벤 크럼프는 "헴필의 신원과 그가 타이어(니컬스)의 죽음에서 했던 역할이 이제서야 공개되는 이유가 뭐냐"며 경찰이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흑인 경찰관 5명은 면직됐으며, 2급 살인죄 등으로 기소된 상태다. 하지만 헴필은 내근 전환 명령에 이어 직무배제 조치를 받았을 뿐, 면직되거나 기소되지 않았다. 헴필의 변호인은 헴필이 니컬스의 차를 정차시킨 현장에는 있었지만, 니컬스가 달아나다가 붙잡혀 경찰관 5명에게 집단 폭행 당하는 현장에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2번째 현장'에서 벌어진 집단 구타가 헴필과 흑인 경찰 5명의 징계 수위를 가른 지점이라고 멤피스 경찰국 대변인은 설명했다. 멤피스 경찰이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이 2명 더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었던 이유에 대해선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헴필이 백인인 만큼 흑백갈등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니컬스는 이달 7일 교통단속 과정에서 경찰에게 집단 구타를 당했다. 경찰은 난폭 운전 혐의로 니컬스의 차를 정지시킨 뒤 그를 차에서 끌어내렸다. 달아나는 그를 붙잡고는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니컬스는 경찰에 체포된 뒤 호흡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끝내 신부전과 심장마비로 숨졌다.
1일 치러지는 니컬스의 장례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케이샤 랜스 바텀스 전 애틀랜타 시장, 미치 랜드루 전 뉴올리언스 시장 등 백악관 고문들이 참석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유족에게 통화해 고인의 사망에 애도를 표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